새해 첫날 큰 기쁨과 희망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중에서도 가장 벅찬 기쁨으로 새로운 해를 맞는 사람들. 신춘문예 당선자들에게는 당선의 소식이 삶의 새로운 시작을 안겨주기도 한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세명의 역량있는 문학신인을 발굴했다. 시부문의 김형미씨(22, 부안군 부안읍 봉덕리, ‘후리지아를 든 남자’), 단편소설의 최기우씨(27, 전주시 완산구 태평동 209-34, ‘재즈바에서 거울을 보다’), 수필부문의 배수아씨(39, 전남 여수시 경남아파트 105동 901호, ‘빨래를 널며’). 이들은 모두 이지역 출신이다. 3개 부문 모두 이지역 출신이 당선한 것은 모처럼의 일. 시와 소설부문의 김형미씨와 최기우씨는 도내 대학에서 문예창작과 국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이고 배수아씨는 전북대 의대 간호학과를 졸업, 간호사로 활동하다가 결혼, 여수의 초등학교 양호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응모작은 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가 부활한 이후 가장 많은 작품이 응모됐었던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었다. 시부문의 경우(괄호안은 지난해 응모작수) 6백65편(6백84편), 소설 87편(92편), 수필 56편(66편). 전반적으로 수준은 고른편이었으나 돋보이는 수작이 적었다는 점을 심사위원들은 공통적인 아쉬움을 꼽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80년대와는 큰 폭으로 달라져버린 90년대의 문화담론들이 지나치게 개인사적이고 주변적인 것들에 한정되어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들 당선자들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주변과 자신의 개인사적인 일들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사회와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무관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삶에 지극한 애정과 열정적인 관심을 보내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의 모습들을 촘촘히 엮어내는 것에 우선은 충실하고 싶어했다. 결국 문학이란 이런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해낸다는 것이다.
단편소설 부문의 최기우씨는 어렸을 적부터의 꿈이 작가였다. 이미 대학교지 등을 통해 적잖은 작품을 발표해오면서 글쓰는 일외에 다른일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그는 올해 신춘문예에 두편을 응모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은 또다른 한편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었다”고 말하는 그는 “통일문제를 주제로 한 그 작품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화두라고 생각했었다”며 앞으로도 우리 삶의 굴곡들을 들여다보는 일 또한 게으르지 않겠지만 통일과 같은 시대적 화두에 주목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 지금은 웹진 토로를 운영하면서 각종 지면과 방송 등에서 기고가로 활동, 기본적인 생활을 해결하고 있다고.
김형미씨는 ‘집’이라는 이미지에 주목하고 있다는 신인. 원광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그는 회화적인 시를 쓰고 싶었다지만 정작 이번 응모작들은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한 언어, 도발적인 시적 발상이 새로운 실험성과 가능성을 돋보이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대학을 졸업, 취업을 준비중이지만 시쓰는 일이 주된 작업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읽기 쉬우면서도 따뜻하고 큰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학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수필의 배수아씨는 아이 둘을 둔 주부. 같은 전주가 고향이고 국문학을 전공한 남편의 도움이 글쓰는데 가장 큰 힘이었다는 그는 6년동안 글을 써오면서 어느새 문학이 신앙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소개했다. 운문보다는 산문쪽에 자신의 정서가 잘 맞는 것 같다는 그는 앞으로도 삶의 언저리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을 지나치지 않는 산문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당선자들은 문학은 이 혼돈의 시대에 정신적 위안을 주고 감정을 다스려 성숙시켜주는 통로임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전북일보 신춘문예가 문학의 길로 안내한 통로가 되어 주었듯이 지역 문학의 발전에 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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