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향교동의 김상옥(44·서남대물리학과교수) 정서옥씨(39)부부는 두딸 은정이(남원교룡초6)와 수진이(남원교룡초4)를 이웃과 함께 키운다. 김교수부부는 은정이와 수진이외에 아이들의 친구인 현이와 수민 현지 소랑이를 친자식처럼 여기고, 은정이와 수진이 역시 이 친구들의 부모님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은정이와 수진이, 그리고 현이와 수민이 현지 소랑이는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정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들과 함께 품앗이과외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6년전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은정이를 학원에 보냈던 김교수부부는 학원에서의 지도가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데다 은정이의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정씨는 은정이를 학원에 보내기보다 직접 지도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집에서 그림지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큰딸 은정이와 친구 셋을 모아 그림지도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함께 참여한 친구들의 어머니들이 자신들도 영어와 독서지도 등을 맡아 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품앗이 양육이 시작됐다고.
품앗이 그룹은 두 딸과 아이들의 친구들로 짜여졌다. 여섯명의 아이들이 일주일동안 친구집을 순례하면서 배우는 것은 미술과 영어, 책읽기와 글쓰기 등.
정씨는 종이접기와 공예, 그림그리기 등 미술지도를 맡았다. 정씨의 미술지도는 여느 학원에서와는 다르다. 풀잎, 비닐, 나뭇가지 등 생활주변에 널려있는 모든 소재들이 만들기의 재료가 됐다. 그림그리기나 만들기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도 창조성. 미술교과서에 나옴직한 정형화된 작품보다는 아이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품앗이 과외를 시작하면서 정씨가 새롭게 관심을 가진 분야가 종이접기다. 쉼없는 손놀림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종이접기를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발달시키고 집중력과 지구력을 기를 수 있을것 같아서였다.
종이접기를 열심히해왔던 은정이와 수진이, 친구들은 지난해 5월 열렸던 전국 어린이종이접기 작품대회에서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으로 소년한국일보사장상까지 받았다. 이 수상을 계기로 아이들이 커다란 자심감을 얻은 것은 물론 아이들 스스로 작품을 구상해서 완성해내는 힘까지 기를수 있게 됐다고 한다.
현이 엄마인 김영심씨가 맡아 지도한 영어도 이젠 수준급이란다. 지난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됐던 11회 아시아 태평양 어린이 대회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했던 큰딸 은정이는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고.
소랑이 엄마 정영아씨가 맡은 독서지도도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책을 함께 읽고 느낌을 나누고 독후감을 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지도를 받았덨 아이들은 문장력이나 생각하는 것이 또래친구들보다 풍부하다는 것이다.
김교수부부는 품앗이 양육이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다 객관화된 시각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한다. 품앗이 양육에 참여하는 부모들이 모두 자신의 자녀처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되므로 아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며, 따라서 그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품앗이 과외활동을 통해 얻는 지식도 많지만 이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이 형성되는 것이 더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은정이와 수진이는 지난해부터 엄마 정씨와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남원 성일정신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나간다. 요양원 원생들에게 종이접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은정이와 수진이의 역할이다.
은정이와 수진이는 엄마와 전시장 공연장 박람회 등 많은 곳을 다녔지만 그 어떤곳보다 요양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단다.
김교수부부는 이번 겨울방학에 은정이와 수진이를 각각 엑스포과학캠프와 지리산 실상사 어린이 겨울학교에 보냈다. 친구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경험하고 보다 넉넉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될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기 위해서였단다.
네아이 내아이가 아니라 우리들의 아이들로 받아들이고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가 모든 부모들에게로 확산된다면 아이키우기가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김교수부부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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