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에 빈농가들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이 사용하기 위해 개발했던 공동우물들이 마을 한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무런 덮개없이 버려진 이들 우물들은 각종 쓰레기및 오물들로 뒤섞여 있어 감히 식수등으로 사용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 농촌인구 감소로 폐농가가 속출하고 가운데 나온 것으로 갈수록 버려진 우물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개발된 지하수가 폐기된 경우는 비단 농촌지역뿐만 아니라 도시지역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가정은 물론 여관등에서는 식수와 허드렛물로 사용하기 위해 지하수를 개발했다. 그러나 수돗물이 공급된데다 주변 개발에 따른 지하수 공급이 끊어지면서 쓸모없는 지하수 시추공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러한 지하수 시추공은 오랜시간이 흐르면서 시추공 파이프는 시뻘겋게 녹이 슬고 비만 오면 주변 오염된 물을 지하수로 연결시키는 통로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이들 방치된 우물등 지하수 시추공들은 지표의 오염된 물질을 그대로 지하수로 전달하는 지하수 오염의 주범이 되는 ‘오염고속도로’역할을 하고 있다. 지하수는 자연상태에서 심부로 이동하는 속도는 연간 15m에 불과할 정도로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지하 암석, 즉 퇴적암·화성암·변성암등의 틈새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공이 방치되어 있을 경우 지표수 오염물은 폐공을 통해 순식간에 수백미터의 대수층으로 내려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이같은 폐공은 일반인들의 생각이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다. 시추공 개발성공률이 30%정도에 이르러 관정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평균 3∼4개의 폐공이 발생한다.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지난해 신고된 지하수 개발공은 12만3천1백여공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지하수 관련 법규가 제정되면서 행정기관에 신고된 것으로 토목공사등으로 인해 시추된 관정등은 제외된 숫자다.
개발 성공률을 감안할때 도내에 산재해 있는 지하수 폐공은 20만개 이상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부분 신고되지 않은 이들 폐공들은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실정으로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대부분이 돌이나 가마니등의 눈가림식으로 덮여 있는등 버려져 있기가 일쑤다.
환경단체및 학자들은 “지하수 관정 하나를 개발하는데 적지않은 폐공이 나오고 있다”이라면서 “폐공을 제대로 막으려면 암반층이 나오는 상층부 30㎝정도를 시멘트로 밀봉해야하지만 평균 1백만∼2백만원 소요되기 때문에 영세한 지하수 개발업자들로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하수관의 누수로 오염물질이 지하수에 유입되거나 주유소및 공장등의 지하 매설관이 노후되어 기름찌꺼기등이 누출되고 이들 물질이 빗물에 녹아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 매립장의 침출수와 축산농가 오·폐수도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농도인 전북지역은 과다한 비료사용으로 질소·인등이 비에 녹아 지하수로 유입되거나 가뭄때 개발했다가 용수부족등으로 버려진 관정등을 통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도내 일부지역에서 지하수를 마신 주민들이 피부가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난 것도 과다한 농약사용에 따른 피해발생의 한 사례로 보인다.
갈수록 오염되고 있는 지하수보존및 오염예방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햐 하는 주된 이유는 향후 10년내에 예상되는 수자원고갈시대의 대체수자원으로서의 활용가치 때문에 절실하다. 학자들 사이에는 현재의 물사용량 증가추세라면 2천11년께에 이르러서는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의 물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물 부족국가인 우리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전 국토에 내리는 총 국내 수자원량은 연간 1천2백톤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45%인 5백70억톤은 손실되고 55%인 6백97톤은 하천으로 유출되며, 이중 이용 가능한 양은 2백93억톤으로 2천11년의 예상되는 전국민 용수수요 3백70억톤에는 크게 못미친다.
물 사용량은 급증한 반면 댐건설 적지 적은 실정에서 지하수는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는 최적의 대체자원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연간 1백34억톤의 막대한 양이 지하수로 함양되는 우리의 경우 지하수를 잘만 관리하면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대 오창환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지하수는 지표면 하부에 부존되어 있는 천연의 수자원으로 지하자원중에서 유일하게 매년 재함양할 수 있는 천연자원이다”면서 “이를 잘만 관리하면 영원히 재생,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지하수의 가치를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지하수에 대한 허술한 보존대책으로는 지하수 수질 고갈과 오염으로 물부족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지하수 오염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실정이어서 지하수 수질보존과 수량확보를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오교수는 이와관련 “지하수 보존지역 설정과 현재 가장 주요한 오염원에 대한 관리가 절실하다”면서 “도차원에서 지하수를 종합적인 물관리 시스템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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