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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나귀와 神像

시민단체들의 파워는 과연 어디까지 미칠수 있는 것일까. 경실련이 최초로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한 이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과 선거법 개정요구로 확산되고 있는 일련의 정치개혁운동이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는 화두(話頭)이다.

 

시민단체들의 힘은 이미 환경·노동·여성·경제·법률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당한 개혁의 열매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여민주주의의 중심에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확고히 자리매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힘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는 정치권의 낡고 음습한 독점 카르텔을 깨려는 운동에 국민들이 전폭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정치의 자화상이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동계와 대학가, 재야 법조계, 문화계까지도 경쟁적으로 이 운동에 참여를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일견 혼란스럽지 않으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자기모순일 수도 있다. 필연적으로 정치권의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보혁(保革) 대결이나 지역주의의 심화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권에도 분명 공리(公理)가 있고 이해가 상충하는 또 다른 집단의 이기주의가 목소리를 낼 수도 있는 마당에 ‘시민단체 너 뿐이냐’며 도덕성과 청렴성을 재단하려 드는 세력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신상(神像)을 지고 가던 나귀가 사람들이 자신 앞에 무릎을 꿇자 교만해져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주인이 나귀의 속셈을 알아 차리고 채찍질을 하면서 나무라기를 ‘이 어리석은 놈아, 사람들은 너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라 네가 등에 짊어진 신(神)께 경배를 드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공자도 중용(中庸)의 도를 가르치면서 ‘지나친 것은 오히려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過猶不及)고 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경구(警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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