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지식기반 경제발전 방안’에 대한 기본방향을 ①국민정보 생활화 ②과학기술 혁신능력강화 ③정보·문화·관광 등 지식산업발전 ④인적자원의 개발 ⑤취업 및 소득능력의 제고 등 5개 추진과제로 삼고,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역의 산업정책 역시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전북지역도 신중하게 ‘미래산업지도’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경제의 공급구조(산업구조)변화 및 수요(소비구조)변화에 대해 세계적 추세를 간략히 고찰해보기로 하자.
수요의 변화는 크게 나누어 ‘성시화(省時化)’,‘자연화(自然化)’ 및 ‘개성화(個性化)’라는 3가지 키워드로 조여진다. ‘성시화’는 시간의 절약이 아니라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창출”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성시화’는 소비자의 높은 가치를 요구하게 되고, 그것은 문화,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문화산업에 새로운 욕구창출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개성화’는 상품소비에 있어서 “옵션선택의 확대”를 의미하게 되며, ‘자연화’는 자연과의 조화와 인간과의 자연인터페이스를 중시한 소비가 나타난다는 말이다.
공급구조의 변화도 ‘서포트(support)형 산업’에서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형 산업’
그리고 ‘소시오(socio)형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포트형 산업’은 반도체, 정밀부품 등 최종재의 부품을 공급하는 산업이다. 지금까지 일본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된 분야로 아직도 일본수출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테그레이션형 산업’은 정보시스템, 통신네트워크, 컴퓨터 소프트분야 등 각각의 제품을 짜 맞추어 시스템화되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산업이다. 이 분야에는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소시오형 산업’은 교육, 의료, 교통, 복지 등 손에 잡히는 상품보다는 느끼는 상품을 생산하는 신 지식산업으로, 유럽국가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국가가 새로이 시작하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우리 전북경제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가? 결론적으로 분야별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건설업 및 전기·가스·수도업과 같은 사회간접자본분야에서는 상대적인 우위를 보인 반면, 1차 산업 비중이 높은 전북경제구조하에서 농·임·어업분야의 성장률둔화는 전북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제조업내에서도 부가가치가 낮은 소비재산업 비중이 높고, 부가가치가 높은 사무기기·영상음향관련산업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서비스업의 경우도 부가가치가 낮은 도·소매 및 음·숙박업의 비중이 높고, 타 산업 지원서비스산업이며 부가가치가 높은산업인 운수·창고·통신 및 사업서비스업분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렇다면 전라북도의 ‘미래산업지도’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져야 할 것인가? 공급측면에서 ‘소시오(socio)형 산업’과 수요측면에서‘성시화’가 복합된 문화산업을 지식산업발전의 축으로 삼아 서비스업을 고도화시키고, 제조업의 구조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특성화 산업정책이 최우선으로 그려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산업정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책을 건의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산업발전에 역점을 두어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는 물질에서 시작해서 문화로 종결지어질 수 있다. 매슬로우(Maslow)라는 심리학자는 자아실현 5단계에서 최상의 욕구는 문화에 대한 욕망이며, 여기에서 말하는 문화는 일부계층에 국한된 예술이 아니라 오락의 요소(e-요소)가 가미된 대중문화산업 임을 강조하고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몰 오브 아메리카(Mall of America)’의 방문객수는 월트디즈니·디즈니랜드·그랜드캐년의 방문객수 보다 많은 4천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시애틀의 ‘메가플렉스’, 일본의 ‘조이폴리스’, 영국의 ‘세필드문화산업단지’ 및 호주의 ‘크라운리조트’등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지원정보(예를들면 영상S/W)도 필요하지만, 모든 소비활동에 e-요소가 가미된 대단위 문화산업단지(가칭 기가플렉스)조성이 시급하다.
둘째, 제조업의 질적 고도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정된 지자체 재원으로
‘서포트형 산업’을 희생하면서 미국식 ‘인테그레이션형 산업’에 집중투자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21C 제조업은 나노(Nano)세계의 가능성도전, 생명현상탐구, 전자의 벽을 뛰어넘는 광(光)세계, 인간두뇌 및 전뇌(電腦)와의 조합, 환경상품 및 차세대 네트워크 개발 등 6개 분야의 기술에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우 상대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자동차산업 및 기계부품산업의 고도화 및 환경상품개발지원에 투자를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환상은 버려야 한다. 미국내에서도 벤처기업의 대두는 결국 일시적인 붐으로 끝이 났고, 오히려 전체 벤처기업의 60%이상이 저임금 직종의 창출이라는 결과를 낳았을 뿐 아니라 3%의 생존율이라는 자원낭비를 야기시켰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생존율이 1%미만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제환(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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