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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졸업선물

졸업선물도 세태를 반영하는가 보다. 지금 50대나 40대후반 세대들에게 졸업선물은 ‘가슴설레임의 대상’이었다. 기껏해야 연필이나 공책등 학용품 아니면 새 운동화 한 켤레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그때의 뿌듯함이란 평생을 두고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물론 살기가 넉넉한 집안에서는 그보다 더 한 값진선물이 안겨지기도 했지만 전쟁과 가난의 질곡속에 살아온 보통가정의 보통자녀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로는 그랬다.

 

조국근대화 바람이 불고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성장의 과실을 거둬들일때쯤에는 선물의 종류도 다양해 지고 품격도 높아졌다. ‘힙합’복장을 즐기는 세대들에겐 졸업선물도 고급의류나 전자제품 컴퓨터등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러다가 맞이한게 국제통화기금(IMF)한파였고 그여파로 재작년만해도 초중고생들의 졸업선물은 다시 ‘추억의 상품’으로 되돌아갔다. 휴대폰이나 컴퓨터같은 값비싼 상품대신 앨범·시계·만년필·구두등 값도 싸고 실용적인 선물들이 제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도서상품권이나 어학(語學)테이프등 값싸고 알뜰한 졸업선물 전하기운동을 벌이기도 했었다. 사회전반에 거품이 빠지면서 졸업선물에서도 거품빼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IMF위기를 극복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살기가 웬만해지자 졸업선물에도 다시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한다.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졸업선물에 호화사치가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음식점과 호텔등에서 졸업파티가 열리는가 하면 어린 자녀들에게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고급의류, 심지어 승용차를 선물하는 가정도 심심치않게 목격된다는 소식이다.

 

추억과 낭만을 길이 간직해야 할 졸업기념선물이 이지경이 됐다면 본말전도(本末顚倒)도 유분수다. 한쪽에 아직도 끼니를 거르는 결식학생이 있고 근로현장에서 뼈빠지게 일해야 호구를 연명하는 영세민이 얼마다. 위화감마저 조장하는 그런 사치, 그런 낭비는 지금 삼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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