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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발상의 대전환을 위하여

새 천년이 시작되었다고 많은 말을 하고 듣고 한지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새로운 착상, 신개념, 신세계 질서, 사이버 천년, Y2K 문화 등에 대한 말과 글의 홍수 속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지난 세기를 돌이켜 보면, 백여 년 전에는 외세의 간섭으로 인해 국가의 실질적인 주권이 유명무실해 졌고, 오십여 년 전에는 주변국의 상황변화로 회복받은 주권을 행사한 지 오년 만에 또다시 내전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이차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일본보다 10여 년 늦게 국가의 운영을 재개한 셈이며, 그때의 일본은 이미 한국전쟁의 국제경제적 특수를 누린 핵심 국가의 하나였다. 양분된 한반도의 절반을 추슬러 노력한지, 오십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새 밀레니엄이라 한다.

 

창의성이 자본과 인력 그리고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새시대가 도래하여, 우리 민족의 장점을 맘껏 발휘해 볼 수 있는 희망의 세기라고들 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고졸 학력의 "컴퓨터 게임광"이었던 분이 어느 벤처기업의 사장으로 성장하고, 젊은 나이에 많은 부를 축적했다는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과거에도 이러한 우수성에 대해 간간이 들어왔다. 테이프 없는 녹음기, 성냥 없이 불붙이는 담배, 니코틴 흡착층을 삽입한 담배 휠터, 자전식 방향전환 자동차 등의 발명 안들이 외국기업에 판매되어 국제적 특허상품으로 개발된다는 등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 이전에는 우리 속에서 김치와 한글과 한복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가 우러나왔다.

 

이제 우리는 발상의 대전환이 너무도 절실한 역사의 문턱에 도달하였다.

 

바다와 대륙에 관한 과학적 발상의 전환의 한 예로부터 교훈을 얻고자 한다.

 

지구의 탄생 이후 대륙과 해양의 생성에 대한 오늘날의 정설은 언뜻 듣기에는 대단한 것 같으나, 실은 작은 발상의 전환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처음 불덩이였던 지구가 식어가면서 껍질부터 고화되어 지각으로 변해 가는데, 속에 있는 뜨거운 것들이 계속 유동하면서 가벼운 성분은 밖으로 밀려나 바다 물과 대륙의 기원이 되고, 무거운 성분은 점점 더 지구 내부로 모인다는 것이다. 45억 년 간 뿜어낸 수증기가 모여 바다가 되었으며, 분출된 용암덩이가 쌓여 오늘날의 대륙이 되었고, 가끔씩 지구 내부의 뜨겁고 무거운 덩이가 꿈틀거리면 지구 껍질이 깨어지고 틈이 생겨, 거기서 새로운 대양의 바닥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대륙도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이고, 아프리카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은 한때 한 덩이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학계에 최초로 발표한 독일인인 알프레드 뵈게너는 1915년에 최초로 책을 내고, 기존 개념에 집착하던 당시의 학자들에게서 혹평을 받다가, 사후 20년 만인 1950대에 그의 발상이 재조명을 받게 되어, 오늘날은 그의 발상이 오히려 정설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한 일본인 과학자가 유명한 과학잡지인 "네이쳐"에 대륙의 기원에 관한 전혀 다른 생각을 발표하였는데, 과학적인 자료보다도 그 발상이 특이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오늘날의 대륙은 외계에서 날아든 천체의 파편이 지구표면과 충돌하여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 생각은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위대한 발상의 대전환은 평소 몇 가지의 평범하고 상식적인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첫째로,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변함없이 성실하게 매일을 지낸 사람들 중에서 그런 발상이 나온다. 어디 뿌리지도 않은 것을 거두는 그런 일이 있으랴!

 

둘째로, 이미 알려진 것은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자신감이 새로운 발상을 낳는다. 수년 전 마이애미대학교 해양학부에 방문연구 기간 중 함께 지내던 노 교수 한 분의 말씀을 잊을 수 없다.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생물의 종류가 존재하는 종류 전체의 극히 일부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10여 년간 카리브해 연안을 찾아다닌 끝에 "수소기체"를 발생시키는 미생물인 해양남세균을 찾아내었다.

 

셋째로, 현재의 내 위치에 만족하지 않더라도, 충실하게 맡겨진 일을 감당하는 마음의 평정과 여유가 새로운 생각을 낳게 된다. 비록 내일 지위가 달라진다 해도, 오늘 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프로 정신이라 할까.

 

아! 나는 이러한 가능성을 가진 계층이 오늘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음을 보고 즐거워한다.

 

소위 신세대들, 우리의 청소년들 가운데서 그 서광을 본다. 그들의 비범한 철학과 행동을 위험하다고 걱정하기보다는 새 시대를 앞질러 가는 위대함으로 읽고 싶다.

 

/이원호 (군산대학교 해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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