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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IMF경제위기는 더 활용되어야 한다

내가 어릴 때 아버님 친구 분들이 집에 놀러 오셔서 아버님의 오래 된 구두를 볼 때마다 '그 신발 더 아껴 신어서 나중에 성열이 한테 물려 줘야지!' 하고 놀리시던 기억이 난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도 신발 한 켤레를 10년은 넘게 신으셔서 어머님이 아버님 구두 한번 바꿔 드리려면 며느리들을 두어 번은 동원해서 설득하셔야 하고, 부모님이 계시는 마산 본가에는 6·25전에 제작된 제네랄 일렉트릭의 시커먼 선풍기가 여름철이면 아직도 위세 좋게 잘 돌아가고 있다. 구두쇠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이를 드시면서 물자를 절약하시는 강도가 점점 더 심해지시는 연유에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나는 자식들에게 근검절약정신을 심어주시려는 나름대로의 노인의 고집이라고 이해를 하고 있다.

 

IMF사태가 벌어져 온 나라가 그야말로 한탄과 절망감에 젖어 있을 때, '지금이야말로 하늘이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고 기회를 주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 뜻 있는 일부 식자들이 주장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기업 손익구조에 대한 분석도 없이 그저 외형만 키워서 '재벌 순위 몇 대 기업'하는 허영만 채울 수 있다면 독약인지도 모르고 돈을 끌어쓰는 사업 관행도 바꾸고, 노조운동은 그저 세게만 하는 게 선(善)이 아니며 사과가 익기도 전에 따먹기보다는 노사협력하에 농사를 잘 지어서 나중에 과실을 나누는 게 근로자에게 훨씬 이득이라는 사실도 배우고, 국민소득 만 불의 허상에 가슴이 부풀어 많은 국민들이 70∼80년대의 서울 강남의 부동산 졸부들처럼 세계전역의 관광지역 쇼핑센터의 호구노릇 한 것이 바로 연간 수십억 불에 달하던 무역외수지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도 배우고, 자라나는 2세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세계화시대에 경쟁력을 배양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저 아끼고 절약하며 좋은 물건 만들어 열심히 외국에 내다 파는 것이 유일한 IMF탈출방안이란 사실을 국민 모두가 뼈저리게 느꼈으면 하는 등등의 바램은 나 혼자만의 염원은 아닐 것으로 믿었다.

 

경제위기 첫 해인 98년에는 그래도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보인 한 해였다. 금반지도 모으고, 해외여행도 자제하였으며, 사치성 소비도 급감하였다. 그런데 벌써 그렇지 않은 징조들이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며칠 전 한은 통계에 따르면, 외산 담배의 수입액은 1억47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0.7% 늘었고, 외제 승용차의 경우 98년 한해 동안 1260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입액이 지난해에는 5890만 달러로 늘어나 증가율이 무려 378.9%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음향기기 111.4%, 고급TV 81.3% 등 사치성 고급소비재들의 수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해외여행수지도 벌써 적자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IMF위기를 통하여 우리 정부와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자와 일반상인 그리고 학생들까지 모든 국민들이 뼈저리게 느껴서 교훈이 몸에 베이지 않는 한 우리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역설적인지는 모르지만 IMF 탈출이 조금은 서서히 이루어 저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에서부터 기업이나 가계의 살림살이까지 아끼고 절약하는 풍조가 정착되지 않는 한 언제 또 제2·제3의 IMF사태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만석꾼 살림 3대가 못 간다' 는 격언이 있다. 아들 대에는 아버지 고생한 것을 알기 때문에 그래도 재산보전이 되지만, 재산 때문에 나태하고 사치스럽게 자란 손자 대에 와서는 대개 많던 재산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아이들 앞에서 가끔 엄지에 구멍난 양말을 바늘로 깁곤 한다. 나중에 아버지가 남기는 작은 교훈이라도 될까? 하는 기대 하나로…

 

/이성열(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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