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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화 마주보기] 무용단,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다

“지방에서 춤공연 무대의 관객동원은 거의 인맥에 의존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객석을 도저히 채울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솔직히 아무런 연고없이 춤공연을 감상하러 오는 관객은 아주 적습니다. 그러니 무용인들이 서로 품앗이 할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도 춤공연에서의 순수한 관객은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역의 환경은 특히 열악한 실정입니다.”

 

90년대에 이르러 이지역 춤판은 큰 폭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창작무대 또한 활기를 띠고 있지만 무용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무대공연으로 안아야 하는 부담은 별반 달라진것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도내 각대학에서 전공자들을 배출하고 그들이 인적 기반이 되어 본격적인 무용단이 창단되고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80년대 중반. 그사이 본격적인 무대 활동을 내세우고 창단한 단체만도 10개에 가깝지만 춤공연의 환경은 늘상 제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첨단예술의 다양한 형식이 동원되는 예술현장에서 늘어난 것은 이러한 변화양상을 수용해야만하는 경제적 부담. 그래서 무용인들은 창작에의 열정과 자기 안주의 사이에서 큰 갈등과 고민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춤단체는 대략 20개에 가깝다. 숫적으로만 보자면 어느 분야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공연을 갖고 있는 단체는 6-7개 정도. 그것도 관립단체안에 소속되어 있는 무용단을 제외하면 2-3개에 그치고 이들이 모두 직업무용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전북대 원광대 우석대 백제대 등 도내 대학에서 해마다 배출하는 춤 전공자는 1백10명 내외. 90년대 동안에만도 1천여명의 전공자들이 배출된 셈이다. 이들 중 전공을 살려 창작활동을 지속하는 경우는 10-20%정도. 무용단에 입단하거나 무용학원을 운영하면서 틈틈히 스승이나 선배들의 공연무대에 출연하는 것이 전부다. 아주 드물게는 유학을 택하거나 서울 등 대도시의 춤단체에 입단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은 아니다.

 

무용전공자들이 가장 확실하게 무대활동을 의지할 수 있는 창구는 역시 무용단 활동이지만 지방은 물론, 서울 등 대도시에서조차 민간 무용단들은 90%이상이 학연으로 얽매어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통로는 일방적으로만 열려있다. 지방에서의 여건이야 더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전북에서 직업무용단으로 그나마 거론할 수 있는 단체는 현대무용단 ‘사포’정도. 꾸준한 정기공연과 기획공연으로 지역춤판의 틀을 벗어나 지금은 전국적인 단체로 성장해있는 ‘사포’는 보기 드물게 지역을 발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용단으로 꼽히지만 역시 학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원광대 무용과 현대무용 전공자들이 주축이 되어 창단한 사포는 학연에만 얽매이지 않고 역량있는 신인들을 발굴한다는 취지를 살려 한때 오디션 대상의 문을 열기도 했고 다른 대학 출신을 스카웃(?) 하기도 했지만 역시 한계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오늘날 이 지역의 춤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 민간춤단체들은 대학 교수 중심의 단체들이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춤단체랄 것도 없이 스승의 개인 춤판에 제자들이 출연하는 형식이라고 해야 옳다. 다만 이름을 누구누구의 개인 춤판이 아니라 ‘무용단’이라고 내걸고 있을 뿐이다.

 

한 무용인은 “오늘의 무용판에서 무용단은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중에는 1-2회 공연무대를 올리고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필요할때만 무용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연을 올리는 경우다 허다하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춤단체는 따라서 매우 드물다. 단원들이 고정적으로 확보되어 있고 그들이 공연 무대를 기획해가는 단체는 관립단체나 1-2개 정도가 고작이다.

 

무용단들이 기반을 갖지 못하고 임시성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적 부담때문이다. 적어도 한 무용단이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공간과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기업의 협찬이나 단원들의 회비, 그 어느쪽에도 의존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조차도 ‘당연한 투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환경에서 무용단의 지속적인 운영은 오히려 ‘사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용계의 고질적인 여건을 지켜보는 문화계 전문기획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춤단체의 성격을 명확히 설정하고 공연기획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춤전공자들의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생산적인 투자를 하라고 조언한다. 무용단이라는 이름을 걸고 2-3년에 한번씩 공연무대를 올리고 말것이 아니라 신인들의 소규모 춤판을 활성하는 일이나 다른 예술장르와의 공동작업을 기획하는 것이 곧 춤판을 활성화하고 인적 자원도 확보하는 일이 된다는 것. 결과적으로는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 있는 창구도 열리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그러나 이지역의 춤판에서 소극장 중심의 작은 춤판들은 단절된지 오래다. 대부분이 대규모 공연무대를 올리는데에만 몰려있을 뿐 신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창작활동의 의욕을 불어넣는 작업은 소홀한 때문이다.

 

한 문화계 인사는 무용계의 이러한 상황을 두고 “대부분 무용단은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 것 같다. 더욱이 춤공연 무대가 지나치게 대형화되고 몇몇 개인춤판만 올려질 뿐 정작 신인들을 발굴하는 작은 춤판이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무용무대의 허울은 늘 악순환을 계속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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