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찾아온 2000년의 봄, 광주는 거대한 미술관이 되어 세계 각국의 미술인들을 불러 모은다.
2000 광주비엔날레가 29일 개막된다. 지난 95년 첫 막을 올려 97년에 이어지는 세번째 축제이다. 29일부터 6월 7일까지 71일동안 광주 중외공원에서 펼쳐지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인(人)+간(間)’.
2000년은 과거의 반성과 미래의 전망이 교차하는 지점. 인간과 사회, 인간과 성,인간과 권력, 인간과 환경 등 종횡으로 걸쳐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인간이라는 본연의 문제로 돌아가 새 문화적 비전을 보여주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올해 참가하는 작가는 46개국2백47명. 이들은 다른 지역과 조건, 상황에서 빚어지는 인간의 참된 의미에 대한 예술의 풍부한 발언을 각각의 독특한 작품들을 통해 담아낸다.
유럽,아프리카,북미,중남미,아시아,한국,오세아니아 등을 5개권역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본전시와 ‘예술과 인권’ ‘인간과 성’등을 주제로한 5개의 특별전, 그리고 영상전으로 꾸려지는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특히 아시아성을 화두로 내세워 서구 중심의 비엔날레와의 차별성을 새롭게 시도한다. 물론 1회와 2회 광주비엔날레와도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전시장의 첫 공간을 아시아작가 20명에게 배치한 것이나 본전시와 특별전의 커미셔너와 큐레이터를 일본작가로 위촉한 것도 그러한 모토를 반영한 시도. 북유럽·남아프리카권의 커미셔너 르네 블록이 프랑스,영국,이탈리아,독일을 비롯한 현대미술 강국들을 끌어들이는 대신 이란이나 터키 등 중동 지역 작가들을 대거 포함시킨 것이나 북미지역 커미셔너 토머스 핀켈펄이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와 정체성을 서로에게 이해시키는 방식을 선택한 것도 아시아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하는 전략이다.
본전시는 [보이지 않는 경계 - 변모하는 아시아미술 )을 주제로 한 아시아 섹션이 중심. 아시아 11개국에서 선정한 20명의 작가들이 참가하는 이 섹션에서 현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들 초대작가들은 아시아 근대사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역사 및 현대의 사실과 현상을 반성의 눈으로 보며, 자기의 표현을 기점으로 21세기를 향해 무수한 물음을 던진다. 올해는 5·18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들 작가들의 깊은 사색과 고발에 가득 찬 메시지는 역사의 현장 광주에서 더욱 강렬한 빛을 발하게 된다. 특히 본전시 ‘한국·오세아니아’의 참여작가인 김호석씨의 작품은 큰 관심을 모을 듯. 이지역 출신인 그는 4·19 혁명부터 부마항쟁,노동자 빈민운동,5월 광주민주화운동,6월 항쟁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 민주화 운동사를 파노라마식 연작으로 완성한 수묵화를 내놓아 개막전부터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을 기념, 한국 민중미술운동을 근간으로 전쟁과 민족차별, 억압,공해에 대한 시대적 이슈와 여성 노인 아동 동성애와 같은 인권문제를 다룬 ‘예술과 인권’전을 비롯,‘북한미술의 어제와 오늘’‘인간의 숲, 회화의 숲’ ‘인간과 숲’‘한일 현대미술의 단면’등 5개의 특별전도 광주가 지닌 정체성과 올해 화두인 ‘아시아성’을 인간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작품들로 채워진다. 이섭씨가 영상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상처’도 관객들의 눈길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코너.
올해 전시회 특징은 회화가 늘어난 것이다. 설치미술이 주종을 이루었던 1, 2회와는 큰 폭으로 변화한 셈이다. 또 아시아성을 화두로 내세운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특히 일본인들이 커미셔너 등으로 참여하면서 일본미술계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것도 큰 특징. 관계자들은 2001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주요관계자 및 일본미술인들의 내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비엔날레는 부대행사도 한층 다채롭다. 특별전으로 마련한 ‘예술과 인권’은 각국의 인권운동가와 작가들이 참가해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4월21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국제학술 심포지엄에는 카트린 미예(이르 프레스 편집장),린다 블럼버그(아메리칸 아카데미 인 로움 디렉터),강태희(문화펑론가 한국종합예술대 교수)씨 등이 참여해 ‘뉴밀레니엄시대의 인+간’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다.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담양의 소쇄원에서는 내외국 미술인들이 참여하는 프레 오프닝 파티가 열려 이색적인 문화체험을 유도하며 행사중에는 전시관과 광주 인근의 문화유산 답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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