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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음식문화, 교통문화 그리고 청소년 흡연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에, 나에게 그럴만한 힘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꼭 줄여보고 싶은 3가지가 있다. 음식쓰레기의 양, 교통사고 사망률 그리고 청소년 흡연이 바로 그것이다.

 

어릴 때 조부·조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은 끼니때마다‘농부들이 어떻게 지은 곡식인데… 밥알 남기지 마라’란 말씀을 항상 듣고 자랐다. 나도 그렇게 잔소리를 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우리 집 아이들은 공기에 밥은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작년말 전주로 부임한 이후에 한정식 집에서 빽빽이 차려놓은 상을 내려다 볼때마다 ‘음식물 쓰레기 창조에 나도 일조(一助)를 하는구나’하고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행정적으로는 좋은 식단제도도 시행해 보고, 감량의무제도도 시행해 보고 여러 가지 노력은 해 본 모양이지만 별무효과(別無效果)인상 싶다. 평상시 메뉴에서 한두가지만 상에서 빠져도, ‘먹은 게 없는니’ ‘음식이 부실해 졌느니’하고 손님들이 불평을 하니 음식 가지 수를 줄일 수 없는 식당사정도 이해는 간다. 작년에 우리 도에서 발생시킨 음식물쓰레기만도 하루에 3백90톤이 넘는다. 이 중 32%정도는 사료 등으로 재활용된다고 하지만 나머지는 천상 묻어서 처리할 수 밖에 없고 이나마 2005년도부터는 시지역의 음식물쓰레기는 직매립(直埋立)이 금지될 전망인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중국이나 일본음식처럼 자기 먹을 만큼만 접시에 담는 음식문화를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역시 음식물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형성될 때까지 이렇게 글이나 쓰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인가?

 

몇 년 전이던가, 서해안에서 비브리오균이 든 어패류를 먹고 두어명이 식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전 국민이 해산물을 기피하여 어민들과 일 식당주인들이 여름철 내 낭패를 본 기억을 할 것이다. 그런데 식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수의 몇 배, 몇 십 배의 사람들이 거의 매일 동일하면서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원인으로 죽어가는데도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는 것인지? 인간의 비합리적 사고의 극치가 아닌가 싶다. 작년도에 우리 도 관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1만3천7백여건이고 이로 인해 6백80명이 숨지고 2만2천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바 있다. OECD에 가입한 선진국 29개국중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는 8.7명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노르웨이 0.9명, 스웨덴이나 일본 1.2명 등과 비교해 보면 정말 부끄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관에서도 굴곡도로를 편다든지, 과속하는 지점은 아예 중앙선을 차단한다든지,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안전운행을 위한 시민의식의 함양이야말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가 싶다.

 

또 하나의 불명예스런 통계를 인용해 보자. 최근 한 단체가 고등학생 4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고교생의 53.4%, 여자고교생의 29.3%가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15세 이상 흡연률이 28%, 독일 21.5%, 일본 14.8%에 비하면 이것도 세계 제일이 아닌가? 담배가 폐암의 주된 원인이 된다든지, 소화기궤양이나 각종 혈관질환을 유발하여 심근경식을 일으킨다든지 하는 경고는 잠시 접어 두더라도, 우리의 자라나는 2세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강력히 나서야 한다. 학교규칙에 분명히 금연규정이 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그 많은 학생들이 담배를 어떻게 피울 수 있는지 기이하기까지 하다. 수십년 피워 온 어른들이야 금연을 단행하기도 힘들고, 또 그렇게 피우다 빨리 건강을 해치겠다는데 누가 말릴까마는,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의 깨끗한 허파만은 숯덩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이므로…

 

/이성렬(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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