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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취재를 마치며] '바꿔'외침 '지역정서' 앞에선

새 천년 첫 선거인 제16대 총선이 도내 10개 선거구중 민주당 9명, 무소속 1명을 탄생시킨 가운데 막을 내렸다. 이번 4.13총선은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지역적 정서속에서 과연 이변이 일어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선거결과는 무소속 후보들이 지난 15대에 비해 크게 약진했고 공천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나선 이강래후보가 당선함으로써 이변을 일으킨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어느 선거때보다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 이번 4.13총선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새 선거제도 속에서 치러졌다. 총선이슈와 특징, 선거제도의 문제점, 16일동안의 공식적인 선거운동, 투개표 및 선거결과 등을 주제로 총선특별취재반에 참여한 기자방담을 싣는다.

 

▲ 이강래 후보 당선 '이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최대의 이변은 무엇보다 남원 순창지역의 무소속 이강래후보가 민주당 바람을 잠재우고 당선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원 순창은 이후보가 민주당 조찬형후보를 맞아 선거기간 내내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을 펼침으로써 개표결과에 전국적인 이목이 쏠렸던 곳입니다.

 

투표완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이후보가 9% 포인트 가량 득표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후보측 선거캠프에는 환호성과 함께 축제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특히 이후보는 열세지역으로 자체 분석했던 순창군 면단위 지역에서 불과 1% 범위내에서 조후보와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반면 조후보측은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침울한 표정이었으며 개표가 진행될수록 반전가능성이 없다며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DJ와의 각별한 관계를 집중 부각시키며 민주당 공천자의 프리미엄을 희석시킨 점과 조후보의 3선 중진론을 인물론으로 제압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후보는 이번 선거는 변화와 개혁을 염원하는 민심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민주당에 입당, 지역발전과 정국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습니다.

 

▲ 김제 개표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장성원후보와 무소속 이건식후보가 경합을 벌인 김제지역은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 한편의 역전 드라마였습니다.

 

개표초반 신풍동등 시내권 동지역 투표함이 먼저 열리자 이후보가 앞서 나가기 시작했으나 저녁 9시께 읍·면지역 표가 집계되면서 장후보의 맹추격과 역전, 재역전으로 상황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혼전으로 바뀌었습니다.

 

숨막히는 접전속에 당선자의 윤곽이 비로소 드러난 것은 자정이후 장후보의 고향인 금구면 투표함이 열리면서부터였습니다. 개표가 73%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장후보가 막판 대역전에 성공한 뒤 읍·면지역서 몰표를 얻어 대세를 굳힌 것입니다.

 

이같은 집계현황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결국 투표함 개함순서가 역전극을 연출한 것’이라고 촌평, 각 투표구별로 지지후보가 크게 엇갈린 이번 선거의 경향을 분석했습니다.

 

▲ '공천은 당선' 등식 깨져

 

특별한 쟁점이 없다보니 민주당후보가 전지역을 석권하느냐 못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10개 지역중 9곳을 석권했고, 1곳도 친여성향의 후보가 당선된 점을 감안하면 표면적으로는 지역구도가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DJ향수를 바탕으로 한 지역정서는 한결 약해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민주당 후보가 패배했거나, 고전을 한 남원, 김제, 완주지역은 인물위주의 선거구도가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깨졌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지역구도에 의한 일방적인 지지가 아니라, 인물을 보고 판단하는 비판적 지지를 했다는 상당한 의미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다음은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정당보다는 인물위주의 선거풍토가 자리잡아갈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야당 패배의식도 문제

 

야당에서는 다시 한 번 지역 정서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제1당인 한나라당이 도내 10개 선거구에서 얻은 총 득표 수는 왠만한 무소속 후보 1명이 올린 득표 수 밖에 안되는 투표 결과가 말해줍니다.

 

지역 정서만으로 한나라당의 낮은 득표를 설명하는 데는 충분치 못한 것 같습니다. 중앙당 차원에서부터 성급하게 포기한 감이 듭니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도지부장이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고 중앙당 차원에서 비례대표로도 배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 출마자들 대부분이 너무 일찍 패배의식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제1당인 한나라당의 도내에서 무기력증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일당 일색의 지역정치 풍토는 지역 정치의 민주화는 물론,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일 것입니다. 한나라당 스스로도 의석확보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대 최저의 낮은 야당 득표율은 자치 야당 자체의 존립마저 위협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견제와 균형은 꼭 전국적인 정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야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애정도 필요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중진의원 대거 원내 진출

 

중진의원들이 대거 원내에 진출한 것이 특징적입니다.

 

김원기.김태식당선자등 5선의원이 2명, 정균환.이협의원등 4선이 2명, 장영달의원이 3선반열에 올르는등 다선의원시대가 활짝 열려 전북정치에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반면 초선은 남원에서 무소속 이변을 연출한 이강래당선자가 유일, 선수 구도상으로는 다소 기형적인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거후유증 오래 갈 듯

 

이번 선거에 따른 후유증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세금·병역·전과기록 등을 선관위 차원에서 공개했슴에도 불구하고 흑색 비방이 끊이지 않아 경쟁 후보간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습니다. 선거 막판 일부 지역구에서 벌어진 금권 선거 공방과 운동원간 폭행 여부를 둘러싼 상호 성명전은 취재 기자들조차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어리둥절하게 했으니까요.

 

선거 후유증은 실제 이번 총선과 관련해 고소·고발이 어느 때보다 많았던 사실에서도 드러납니다. 도 선관위가 고발 수사의뢰한 건수만도 41건으로, 15대 총선 때 6건 보다 7배 가까이 증가했고, 선거법으로 단속된 건수도 지난 선거때 33건 보다 6배 이상 많은 1백94건이나 됐습니다. 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한 개정 선거법상 문제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했던 지역에서 불법 선거 단속 건수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선거법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무소속 불리 선거법 문제

 

무소속후보에 현저하게 불리한 선거법도 문제인 것같습니다.

 

이번 총선전에 도내서는 모두 22명의 무소속후보가 출마했지만 한결같이 선거법의 불공정성을 강력 제기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이 사전선거운동 규정으로 현역의원의 경우 선거직전까지 의정보고회나 각종 후원회행사등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을 알리고 지지를 유도할수 있지만 무소속은 손과 발을 다 묶어놓고 뛰어야하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무소속후보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녀 일부는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고 중앙선관위에서도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병역 납세실적 첫 공개

 

이번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후보들의 병역과 납세실적이 공개돼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전북의 경우 재산세와 소득세의 납세실적이 하나도 없는 후보가 8명으로 밝혀졌는데 저마다 그럴듯한 해명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들 8명이 모두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병역과 전과문제도 일부 유력후보들을 괴롭혔습니다. 이들은 이같은 사안이 언론등을 통해 거론될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유력 후보여서인지 당락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재산, 납세, 전과, 병역문제 등은 유권자들이 후보들을 변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는 평입니다. 지역정서상 분명한 한계를 보였지만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되는 제도였습니다.

 

▲ '시민단체 힘' 더욱 커져

 

이번 총선은 정치권에 미치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더 커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새천년 벽두를 깨운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은 우리 정치사의 한 획을 긋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 1월24일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전북총선시민연대를 출범시킨 후 낙천 및 낙선운동을 활발히 벌였습니다.

 

전북총선연대는 낙선대상자인 완주 임실지역의 민주당후보를 낙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개혁의 의지가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자평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유권자들이 낙선운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전북지역에서도 높은 반응을 보여준 것은 정치개혁과 정치권 물갈이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것이라고 총선연대는 자체 평가하고 80여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전북출신 의원 20명 못돼

 

선거법 개정으로 16대 국회에서 전북은 10명의 지역구 의원밖에 탄생시키지 못했습니다. 전국구와 수도권의 전북출신 의원들을 합해도 20명이 채 안됩니다. 과거와 비교할때 전북 정치권의 위상 약화가 우려되는 현실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전북출신중 조세형의원, 강봉균전장관,이석현의원 등이 고배를 마시는 바람에 5명이 당선되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줄어든 지역구 의석에 측면지원을 해 줄 수도권 의원들도 줄어 전북 의원들의 역량발휘가 어느 국회보다 중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감소된 의원 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북 의원들의 단단한 팀웍과 전북출신 전국구의원들의 전폭적인 협력, 수도권 의원들의 측면지원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하고, 바로 그것이 도민들의 간절한 바람일 것입니다.

 

/총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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