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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짜장면', 청춘을 되돌아보라

내 열일곱 살, 혹은 열여덟 살 무렵을 생각하면 몇가지 후회가 따라 올라온다. 화끈하게 가출 한번 해보지 못했다는 것,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무치게 원망하거나 증오해보지 못했다는 것, -중략-

 

그랬다. 밤잠 설치며 부모로부터 벗어나는 일을 꿈꾸었거나 드디어는 한번쯤 가출을 생각해보았던.

 

안도현시인이 근래 내놓은 산문집 ‘짜장면’은 우리의 어린날을 추억하며 웃음짓게 만드는, 아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가슴 설레이게 하는 감동을 안겨주는 책이다.

 

잘나가는(?) 시인이 산문을 썼지만 그에게 산문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연어’나 ‘관계’ ‘사진첩’ 등 이미 세권의 산문집이 안도현시인의 문학세계 폭을 넓혀놓았다. 시도 좋고 산문도 좋은 이 시인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 이름붙인 ‘짜장면’을 통해 또다시 그의 번뜩이는 문학적 기질을 한껏 발휘한다.

 

‘열입곱살, 나도 이 세상에 대해 책임을 좀 지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열일곱살이 되었을때 나에게는 책임질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하는 고교생 주인공. 학교와 가정으로부터 탈출한 그가 택한 직업은 중국집 ‘만리장성’의 배달원이었다. 배기량 125cc급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다니며 짜장면을 배달하는 주인공이 그려내는 세상. 시인은

 

그 세상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 아련하고 아름다운 ‘어린 청춘’을 그려낸다. 마치 자전적 소설 같지만 아쉽게도(?) 이 산문은 시인의 자전적 성장기가 아니다. 그래서 이런 글은 시인에게 더욱 절실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때 내 어린 청춘에게 진 빚을 여기서 조금, 갚고 싶다’

 

어린시절 ‘짜장면’이상 맛있는 음식이 또 어디 있었을까. 안도현시인의 ‘짜장면’은 어린시절부터의 그 작거나 큰, 소중하기만한 기억들을 다시 만나게 한다. 그의 산문을 읽는 재미와 감동이 참으로 신선하고 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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