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국가대표의 산실 성심여고 배드민턴부는 다른 여고팀이 전국대회에서 만나길 꺼려한다. 대진추첨에서 성심여고와 결승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게 되면 다른 팀은 미리 사기가 죽는다.
지난 83년 3월 창단이래 20년가까이 전국대회 4강권에서 한해도 빠진 적이 없는 성심여고 배드민턴부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국내 최강으로 군림해 왔다.
창단 이듬해인 84년 전국체전(강릉)에서는 2학년 선수들이 결승에서 당시 국내대회를 싹쓸이하던 충남 당진여고와 붙어 6시간을 넘는 대접전끝에 감격의 첫 정상에 섰다. 창단이래 지금까지 성심여고를 맡고 있는 유제남감독(51)은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회상한다.
이후 성심여고 배드민턴 낭자군은 전국대회는 물론 세계대회에서까지 학교를 빛냈다.
성심여고 재학중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는 정정윤, 나경아, 전성숙, 김선미(현 성심여고 코치), 김신영(전북은행), 장혜옥(충남도청), 주현희(대교)등이고 지금 3학년인 박효선, 시진선, 이승미도 국가대표다.
이들은 창단이래 재학중 30여개의 세계대회에서 3위이내에 입상했고 정상에 8차례 등극해 한국배드민턴의 위상을 국제무대에 과시했다.
특히 전성숙은 여고생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전설적인’ 선수. 재학중인 86년 웰시오픈 단식에서 우승하는등 세계제일이었으나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중단했다. 장혜옥은 3학년때인 94년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여자복식 2관왕에 올랐고 96 바르셀로나 올림픽때는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 두 선수는 부상이라는 난관을 만나 올림픽 금메달에 이르지 못해 체육계를 안타깝게 했던 스타들이다.
이와 함께 성심여고의 국내대회 성적은 ‘화려’ 그 자체다. 특히 85년과 91∼92년은 상대가 없는 ‘천하무적’이었다.
또 작년에는 박효선 시진선 이승미 3총사의 활약으로 3개의 전국대회를 제패했고 지난주에는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제38회 봄철종별선수권에서 여고부 왕좌를 써 2000년 한해동안 국내 제왕임을 확인시킬 전망이다.
성심여고 배드민턴의 이같은 위상은 유제남감독의 지도가 밑바탕이다.
자비를 들여 선수를 육성할 만큼 열성적인 유감독은 엄하게 훈련을 실시하고 자상한 정으로 가르친다. 만능스포츠맨으로 전주농고 시절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도 했던 유감독은 스피드에 중점을 두며 스윙을 줄이는 스냅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선수들에 접목했다. 스냅기술은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중국 배드민턴은 철저히 이 기술을 쓴다.
또 교내 합숙소를 운영하면서 선수들을 최대한 지원하는 성심여고 재단의 노력은 전국 정상에 설 수 있는 뒷받침을 했다. 전주연초제조창의 훈련장 제공과 전주평화예식장 박명진 사장의 개인적인 후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유제남감독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신력으로 훈련하는 학생들이 훌륭한 배드민턴 선수로 성장하는게 보람”이라면서 “세계대회는 물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최고의 선수를 키운다는 꿈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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