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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유고사상과 선비정신의 부활을 주창하면서

중학교 때 신학기에 학교에 제출하는 가정환경조사서의 종교 난에 유교라고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아버님께서 작성하시면서 유교라고 쓰시던 모습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던 영향이 아닌가 싶다. 결혼 후에 아이들 학교에 제출하던 가정환경조사에도 한동안 유교라고 적어 넣다가 집사람이 유교가 무슨 종교냐고 핀잔을 주는 바람에 그때부터 종교 난은 빈칸으로 남겨 두게 되었다. 왜 때아닌 종교논쟁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작금의 혼란스러운 정치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의 오랜 문화적 가치인 유교정신을 다시 한번 이 땅에 부활시켰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80년대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이른바 5 용들이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가 없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보이자, 세계의 유수한 경제학자들이 경제발전론적 관점에서 그 원인을 찾아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른바 동아시아적 개발모형 또는 유교자본주의의 역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서구의 자본주의가 청교도정신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문화가 그 이념적 기초를 이루고 있다면, 동아시아에는 가족, 교육, 윤리도덕, 근검절약정신 등을 중요시하는 유교문화가 경제발전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논지이다. 마침 동남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급속히 한국과 일본까지 확대되자 위기의 원인을 이번에는 역으로 동아시아적 성장방식, 예컨대 재벌의 집중이라든지 가부장적 정부의 역할 등 경제외적인 요인에서 찾는 학자들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유교정신을 학문적으로 어떻게 정리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지만 나 스스로는 다섯 개의 덕목으로 개념화하여 나름대로 지키려고 애를 쓰곤 하는 데 바로 근(勤)·검(儉)·청(淸)·효(孝)·인(仁)이다.

 

근면하고 검소하다는 것이야말로 말은 쉽되, 실천은 어려운 법이지만 경제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저축률 확보와 근로자 개개인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덕목들이지 않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같이 조세정책적으로 공평과세 실현부분만 지나치게 강조하여 국민들의 근검절약 정신을 약화시키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싶다. 지방재정도 선거 기간 중에 부풀려 정쟁의 대상으로 이용당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지만, 어떻든 지방채무가 많은 것은 사실인지라 도정을 추진하는데 한푼의 예산이라도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조시대의 청백리를 본 따 한때 우리 정부에서도 '청백리상'을 제정한 바도 있지만, 깨끗하게 공직생활을 끝마치기를 바라지 않는 공직자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새 천년이 시작되었는데도 내가 공무원 햇병아리시절일 적에 서슬이 퍼렇던 서정쇄신바람이후 25 년을 한결같이 '사정당국의 강도 높은 공직비리척결 …'이라는 기사가 연중행사처럼 나올 때마다, 박봉에 국리민복을 위한다는 오직 한가지 자긍심마저 깎아 내리는 것 같아 서글퍼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끼니를 굶어도 남의 재물을 탐하지 않던 선조 들의 고귀한 선비정신을 오늘에 되살릴 수만 있다면 공직의 명예와 국민의 신뢰도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

 

효(孝)와 인(仁)이야말로 서양문명이 유교문화를 가장 부러워하는 덕목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희생도 기꺼이 감수하고, 성장한 자식은 늙으신 부모님을 봉양하는 우리네 전통이야말로, 노인복지비용으로 허덕이는 서구사회에 비교하면 국제경쟁력 중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또 사회에서, 윗사람은 아래 사람을 인(仁)으로서 대하고, 아래 사람은 윗사람을 공경으로서 대하면 가정불화니 직장폐쇄니 극한대립이니 하는 살벌한 풍경들은 적어도 우리 주위에서 사라지지 않겠는가?

 

/이성렬(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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