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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시사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한국/2000/류승완/90분)

 

죽어도 죽을 수 없다.

 

제작기간 3년.

 

길고긴 제작기간을 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3년의 비밀은 이렇다.

 

3백80만원을 들여 단편 ‘패싸움’을 만들었고, 다시 제작비를 모아 ‘현대인’을 만들었다. ‘현대인’이 99년 서울단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아, 그 시상금으로 다시 ‘악몽’과 ‘죽거나 ∼’를 만들었다. 이 네편의 단편들이 모아져 ‘죽거나∼’가 만들어졌다. 떼거리 격투장면을 찍기 위해 폐공장을 빌려 임대료 대신 공사장 청소를 해야했고, ‘여고괴담’에서 쓰고 남은 인조피를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사용하기도 했다. 감독이 직접 5백40도 회전 발차기을 스턴트없이 배우로 출연한다.

 

한국독립영화의 가능성을 짊어지고 심판대에 오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닥터K’와 ‘여고괴담’ 연출부 생활을 했던 류승완감독의 ‘죽거나 ∼’는 그 제작방식이나 작품구성 등에서 새로운 의미를 담고 있다.

 

제작기간을 달리해 릴레이방식으로 만든 네 편을 엮어낸 ‘죽거나∼’는 영화구성면에서도 릴레이식. 하지만 ‘세기말’이나 ‘넘버 3’에서 막과 장이 일정한 진행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바통을 이어가면서 ‘액션·호러·세미다큐·캥스터’의 네가지 색깔을 드러낸다.

 

폭력이 난무하는 남자들의 강한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폭력에 노출된 남자들이 속한 현대사회를 깊이있게 그려낸다.

 

충무로 밖에서 제작된 이 영화가 과연 상업영화의 배급라인을 넘어설 수 있을는지의 가능성은 전주영화제를 찾은 영화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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