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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큰 정치·큰 정책·큰 전략

새 천년 오늘의 화두(話頭)는 단연 '큰 정치'이다. 그러나 큰 정치 못지 않게 '큰 정책'과 '큰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후 IMF사태를 아시아 국가로서 최단시간 내에 극복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 내는 등 국내외적으로 큰 치적을 보였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대해 국내외 인사들은 과거 어느 대통령 못지 않게 훌륭한 치적을 쌓았으면서도 정치 8단인 김 대통령이 정작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했다.

 

김 대통령은 6월 13일 평양에서 갖게될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만나 [국민 대 통합]과 여야협력을 통한 [상생(相生)의 정치]를 다짐하고 남북회담의 초당적 협력 등에 합의하는가 하면 이한동 자민련 총재에 이어 민주국민당과 한국신당 의장과도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협조를 다짐함으로써 모처럼 만에 우리들에게 대화와 협력이라고 하는 큰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가정책과 전략 면에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우리의 국가정책은 여러 부문에서 부처와 관련단체의 이기주의로 해서 자주 혼선을 빚어왔다. 우리의 국가정책이 종종 부처차원의 정책은 있어도 국가차원의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정책은 좋은 본보기이다. 우리 나라는 부처별 과학기술정책은 있어도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정책이 없다는 지적이 1967년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부)가 발족한 이래 줄곧 있어왔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각 부처로 분산된 과학기술 관련 업무의 행정부서간 연계가 긴밀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과학기술정책이 부처간 할거주의로 독자적이면서 경쟁적으로 추진됨으로서 혼선이 일고 있었지만 종합·조정 역할을 할 기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정책이 바뀌는 일관성이 없는 정책이 이루어졌던 것은 이 때문이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가 지난해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고 정부 쪽에서 15명, 민간 쪽에서 3명 등 18명의 위원으로 이루어진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든 것은 이를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앞으로 ①과학기술진흥 주요정책과 종합계획 수립·조정 ②과학기술 관련 예산의 확대와 효율적 사용방안 강구 ③매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우선 순위 설정과 사전조정 ④과학기술계 연구회(기초기술·산업기술·공공기술) 및 연구기관의 평가와 발전방안모색 등을 통해 그 동안 혼선을 빚어왔던 부처별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국가차원으로 끌어올려 국가연구개발체계의 통일성과 효율성을 높여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 역시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국가 과학기술정책이 국가가 지향하는 근본 철학의 설정 없이 개별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정책의 입안과 개발과정이 지나치게 전문가 집단에 의존함으로서 한계성을 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함'이라는 분명한 국가적 방향설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입안과 개발과정에서 이와 같은 근본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일은 드물다. 소수 전문가 집단에 의해 입안되어 개발된 정책이 공청회라고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으나 이 역시 요식 행위로 그치는 일이 많다. 이는 비단 과학기술 분야만 아니고 모든 분야가 안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는 국제화·다양화·개인의 창의가 중요시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1C의 특징은 한 영역의 문제가 그 영역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와 단체·개인의 일도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학문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와 정책이 어느 한 집단에 의해 추진될 수 없는 시대를 맞았다. 정치와 정책 뿐 아니라 추진 전략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나라도 이제 NGO(비정부기구)와 국민 개개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되었다. 우리는 이와 같은 현상을 제16대 총선을 통해서 분명히 보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갈 것이다. 큰 정치 못지 않게 큰 정책과 큰 전략이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정부 나아가서 기업과 단체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이광영(전북대 초빙교수·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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