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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쉘 위 댄스

`중년의 위기'.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가장 보편적인 동시대인들의 화두같다.

 

중년의 일상탈출이란 큰 골격에다 서로 다른 외피를 입힌 영화가 동,서양에서잇따라 제작돼 관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수긍이 간다.

 

올초 흥행에 크게 성공한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이 그렇고,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쓴 「아메리칸 뷰티」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영화 「쉘 위 댄스」(수오 마사유키 감독)는 이들 영화와 같은 종(種)에 속한다.

 

남부러울 게 없을 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년 샐러리맨이 일상의 무료함을 털어버리고 삶의 생기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영화이다.

 

일상의 탈출구로 한국의 샐러리맨은 프로레슬링을 선택했고, 미국의 중년은 딸친구에 대한 성적 환상에 기댄 반면, 일본의 중년 남자는 사교댄스를 골랐다.

 

집과 직장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성실하게 살아온 42살의 대기업 경리과장 스기야마(야쿠쇼 코지)는 근사한 내집도 장만했고, 어여쁜 아내와 딸을 둔 일본중산층의 전형이다.

 

가정과 회사에 대해 불만이라고는 없는데도 가슴 한쪽이 뚫린 것처럼 공허함을 느끼던 그의 눈길은 언제부터인가 출퇴근 전철 차창밖으로 보이는 댄스교습소와 교습소안에 멍하니 서있는 무용수 마이(쿠사카리 타미요)에게 쏠린다.

 

`한번이라도 저 여인과 춤을 출 수 있다면...' 그런 일념으로 댄스교습소에 등록을 한 스기야마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댄스의 매력에 빠져들어 `또다른 삶'을 경험한다.

 

스기야마의 아내는 일정하던 귀가시간이 늦어진 남편을 의심해 사립탐정을 고용해 뒤를 캐고, 스기야마는 더욱 댄스스텝을 밟는데 열중해 차갑게 얼어붙어있던 마이의 마음도 녹이고 만다.

 

주변사람들에겐 철저히 비밀로 하고, 댄스에 열중하다보니 무기력하고 무료하기만 했던 그의 일상은 점차 활력을 얻게 되고, 그 스스로 매력적으로 변해간다. 동양인들에겐 인식자체가 좋지 않은 사교댄스의 리듬을 탄 중년의 위기는 단박에 중년의활기로 변했다.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와 일본발레계의 프리마돈나 쿠사카리 타미요의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 다케나카 나오토, 와타나베 에리코, 에모토 아키라 등 조연배우들의 자연스런 연기가 어우러져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춤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끈적거리는 야한 장면은 일절 없다.

 

일본영화 개방이전부터 불법비디오로 유통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내에서는 22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미국에서도 190만 관객을 끌어모아 대성공했는 가하면 1997년 일본아카데미상 13개부문도 독차지했다.

 

이 영화의 한국개봉에 앞서 내한했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가정에서 사회에서 점차 설 곳을 잃어가는 중년 샐러리맨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싶었다"고 말했다. 13일 개봉. 모든 연령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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