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한국화제전이 이번에는 젊은 지역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꾸몄다. 신문사에서 개최하는 전시지만 매번 기획을 달리하여 정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채롭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는 적지 않은 수확이 엿보인다.
사실 한국화 영역은 요사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전통의 계승'이니 '전통의 재창조'하는 것이 말만큼 그리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전통이 옛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지 못했던 것에 중요한 원인이 있었다. 그리고 이 때문에 과거의 전통을 답습하거나 그것을 현재의 시류에 종속시켜 버리는 사태가 만연했던 것 아닌가 싶다. 사실 전통은 지금 내 안에 다른 모든 것들과 더불어 섞여 삶을 지탱하는 무엇이다. 그것은 밖에서부터 억지로 끌어들여 현대화하고 계승해야 할 무엇이기 이전에, 지금 이 곳 내 몸으로부터 삶으로부터 그것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선택하고 확장시켜 나가야 할 무엇이다. 전통의 계승과 재창조를 위한 모색은 따라서 이런 문맥에 설 때만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과 풍요로운 결과를 기약할 수 있으며, 다름 아닌 지금 이곳의 구체적인 삶의 계기들에 모티브를 두고 있는 작업들이 주목되어야 할 이유는 또한 여기에 있다.
이번 전시가 수확이 있었다면 우선은 작가들의 작업들이 세미나와 토론회라는 절차를 거쳐서이지 매우 진지했고, 또한 이제까지 자신이 작업 해온 양식 안에서는 가장 농밀한 작업들을 보여주려 한 흔적이 여실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전시회의 분위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기꺼이 그 작업들의 형성 과정에 참여케 하는 흔치 않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좀더 반가웠던 것은 앞서 말한 구체적인 모티브가 있는 작업들을 접할 수 있었던 점이다. 봄날 물오른 수양버들을 그려 낸 김승호의 작업에서는 '실감의 정취'라고 할만한 것이 느껴진다. 아직 기법적으로 농익은 것은 아니지만 모든 필획들은 적절한 농담과 소박한 필치로 그 정취를 안착시키고 확장한다. 김범석의 작업 역시 주목할만한데 그것은 대상 세계를 요약하는 독특한 필치와 구성 덕분이다. 그의 세부적으로 다양하면서도 우리 산야의 텁텁한 기운을 구현해 내는 필법은 매우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경운이 오랜 모색을 통해 이루어낸 형태와 채색이 어울리는 깊이감 있고 울림이 느껴지는 화면 역시 흥미롭다. 나는 앞으로도 전라한국화제전이 이러한 모색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영욱(미술평론가,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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