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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지긋지긋한 정치싸움

지난 4.13 총선을 치르면서 신물나게 많이 들은 얘기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싸움이 지긋지긋해서 TV에 정치뉴스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꺼버린다. 국회에 들어가면 제발 싸움 좀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불만에 가득찬 요청은 모든 계층에 다 있었지만, 특히 노년층과 부녀층에 유난히 많았다. 이분들에게 국회는 싸움터이고 국회의원은 국사를 외면한 채 오로지 싸움밖에 모르는 싸움꾼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필자는 정치싸움 얘기를 들을 때마다 국회의원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정치에 관여해온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또한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싸움꾼 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가 싸움으로 일관해 왔으니 국회를 싸움터로, 국회의원을 싸움꾼으로 인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정치불신이 심화되어 정치에 대한 혐오로 발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정치는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구도 속에 민주화 투쟁과정이었기 때문에 싸움의 연속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50년만의 정권교체가 성취된 지금에도 정치의 양태가 싸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그 동안의 정치싸움의 타성이 체질화되고 국회의 당리당략적 운영이 관행화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 때문에 사회적 갈등·대립의 조정·통합이라는 정치의 본래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정치가 국가발전을 선도하기는 커녕 정치 때문에 국가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원래 정치과정은 권력 획득이라는 측면과 국민을 위한 정책결정이라는 측면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권력보다는 정책이 우선하고 권력획득도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가치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정책이 권력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권력가치 보다는 정책이 우선시될 때 국민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다. 또한 선진국 정치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정책경쟁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기도 하고 교체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우리의 정치과정에서는 권력이 중심이고 정책은 종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권의 모든 관심은 권력획득에만 쏠려 있고 국민을 위한 정책결정에는 형식적이다.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도 마찬가지 수준이다.

 

우리의 정치현실이 이렇게 저급한 수준에 있다 보니 가장 중요한 정책산출기관인 국회도 권력획득을 위해 당리당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당리당략의 실체는 다름 아닌 권력문제이다. 야당의 경우는 국회운영의 모든 초점이 차기 대권획득을 위한 정국운영의 주도권 확보에 모아지고 여당의 경우는 이의 방어에 모아진다. 그러다 보니 첨예한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예외없이 싸움으로 비화되어 날치기와 몸싸움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이번 4.13 총선을 통해 새로 등장한 386세대와 개혁적인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크로스 보팅(교차투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크로스 보팅이 관행으로 정착된다면 권력보다는 정책을 중시하는 새로운 풍토가 조성되어 국회운영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고, 날치기와 몸싸움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러나 대권에만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각 당의 수뇌들은 핵심쟁점에 대해 당리당략적인 당론관철을 고수할 것이므로 이들의 주장도 결국은 되돌아 오지 않는 메아리가 될 공산이 커 암담하기만 하다.

 

더구나 16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국회내의 가장 큰 권력인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여야간 협상이 난항에 부딪쳐 법정 개원일인 6월 5일에 16대 개원국회가 열리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어서 벌써부터 또다른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현실이 계속되는 한 4년 후에 또다시 신물난 정치싸움 그만 하라는 유권자들의 항의와 야단을 맞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강래(16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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