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인터넷을 강타하여 세계 유수의 사이트들을 일시에 마비시킨 ‘러브레터 바이러스’는 컴퓨터 후진국이나 다름없는 필리핀의 한 직업소년학교 출신 구스만이란 학생이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단지 다른 인터넷 사용자의 비밀번호를 뽑아내 돈 안들이고 빌려 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위법인지도 모르고 그저 장난삼아 해 본 것이 세계 국방을 담당하는 미 펜타곤의 전략 프로그램까지 파괴하는등 전 세계적으로 1백억 달러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열린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우리나라 고교생이 컴퓨터 바이러스백신 개발부문 대상을 차지하여 화제를 모은 일이 있다. 경남 과학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그 학생은 평소 컴퓨터 다루기를 즐겨 했고 그러다 보니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더라는 소감을 담담히 밝혔다. 방송에 출연하여 앵커와 나눈 그의 대화에 감명을 주는 대목이 있었다. ‘내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나라에서는 또 나같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래서 좋은 대학에 특례입학이나 하려고 학원에 다닌다, 개인교습을 받는다 하여 법석을 떠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저 꾸준히 학과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틈틈이 컴퓨터와 친해지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수학을 잘 해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는 그 학생은 과외란 것은 생각해 본적도 없고 컴퓨터로 대성(大成)해야 겠다는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학생으로서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공부하고 취미를 가진 분야에 관심을 가졌을 뿐 상 탈 욕심으로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필리핀 신문들은 ‘러브레터 바이러스’를 만든 해커가 자국 학생으로 밝혀지자 그를 ‘필리핀의 자랑’이라고 연일 추켜 세우고 있다 한다.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그러나 인터넷 대국(?)답게 우리는 그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한 컴퓨터 영재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넘어갔다. 하긴 우리 도에도 과학고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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