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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 ‘5월의 끝자락에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행사도 많다. 그 중에서도 석가탄일은 가장 큰 경사의 날이 아닐수 없다. 부처님 오신날이 지나기는 했지만 석가탄일에 있었던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서울 도봉산 입구에 천주교 성당이 있고, 그 안쪽에는 사찰이 있다. 어느해 성탄날 사찰입구에 ‘예수 성탄을 축하합니다’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이것을 보고 절에 다니는 불자들이나 성당에 다니는 신도들이 의아하게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한다.

 

이 소식이 성당 신부님에게 알려지자 신부는 스님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그 다음해 석가탄일에는 성당에서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합니다’라고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렇게 하여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종파를 초월해 기쁨이 누렸다고 한다.

 

내 종교가 소중하고 귀하면 상대방 종교도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때로는 종교나 종파가 다르다고 해서 타종교를 비방하고 배타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종교는 인간에게 진리와 평화를 찾아주고 그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좋은 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사랑으로 용서하고 자비로 감싸주어야 하기때문이다.

 

내 경험도 하나 소개한다. 몇년전 어느 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을때 이웃절에서 스님으로부터 성탄전보를 받은 일이 있었다. 마음으로 감사했고 평소 내편에서 인사가 늦었음이 부끄럽기도 했다.바로 감사인사를 전하고 그 다음해 석탄일에 답례로 축하전보를 보냈다.

 

나는 지금도 사찰에 가면 대웅전앞에서는 모자를 벗고 합장하고 예의를 다한다. 스님들을 만나면 합장하고 인사도 한다. 이것이 서로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는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석가탄신일에는 우리 성당에도 부처님 오신날 축하현수막을 붙였다. 그리고 신자들에게 설명하고 그 기쁨을 함께 했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합하고 뜻을 모으면 조국의 번영과 통일을 이루는데 큰 힘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갈라진 조국도 사회도 종교도 자기주장만을 앞세우지 말고 상생(相生)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들의 삶은 축복의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5월의 끝자리에서 그 소원을 기원해 본다.

 

/서석구신부(전주우전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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