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4일 전세계에 전대미문의 죽음과 파괴, 그리고 정치 및 사회경제적 격변을 몰고 온 제2차 세계대전이 그 막을 내렸다. 대부분의 유럽열강들은 전쟁에서 패배했거나 혹은 전쟁으로 그 세력이 쇠퇴해 버림으로써 전쟁전의 유럽 주도의 세계질서는 급속히 와해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과 소련이 양 초강대국으로 등장하여 세계의 패권을 겨루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성립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채 못되어 세계는 새로운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이미 전쟁이전부터 서로 상반되는 이데올리기, 정치 및 경제제도를 갖고 있던 미국과 소련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전쟁중의 동맹국으로서의 협조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립관계, 곧 냉전(Cold War)시대로 들어가고 말았다.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이란 열전(Hot War)을 치르고 난 뒤 곧바로 불확실하고 위태로운 ‘무장휴전’의 상태로 들어간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그들간의 상이한 체제와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져 왔다. 1830년대에 프랑스인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미국과 러시아를 미래의 강대국으로 지적하면서 이 두나라는 미래에 각기 세계의 반의 운명을 좌우하도록 예정되어졌으며 그들은 필연적으로 경쟁자로서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필연성과 함께 ‘핵(核)의 시대’의 도래는 미국과 소련간의 냉전을 또한 불가피하게 했다. 1945년 7월 미국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도에서의 원자폭탄 실험의 성공, 그리고 연이은 1945년 8월의 두 차례에 걸친 실제적인 원자폭탄의 사용에 의하여 세계는 ‘핵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1949년 소련의 핵실험 성공으로 미국의 핵 독점이 붕괴되면서 미국과 소련은 그들간의 직접적인 대결이 얼마나 위태로운가를 실감하게 되었다. 전후 미국과 소련간의 관계는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비극적으로 죽을 때까지 서로 상대방과 싸우는 한 병 속에 든 전갈과 독거미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