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남성 정장(正裝)이나 여성 패션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후 의류변천사와 궤를 같이 한다. 우선 신분과 위엄이 옷에서 사라져 사람들은 개성적이고 실용적인 옷을 스스로 만들거나 맞춰 입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옷차림은 더욱 혁명적이었다. 그때까지 구체제에서 억눌리고 감추어졌던 자신의 몸매를 과감히 드러낼 수 있는 의상이 유행했다. 몸을 옥죄던 코르셋이나 속치마가 사라지고 심지어 속내의까지 벗어 던지는 파격이 성행했다.
그리스 로마시대 여성옷에서 빌려온 이 패션은 영국·독일로 번져 가면서 서구사회를 흔들고 아름다운 여성의 육체미를 드러내 놓고 자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른바 ‘노출 패션’의 시초가 된 것이다. 당시 어떤 풍속사가는 이런 유행을 두고 ‘남성을 성적으로 자극하려는 여성옷의 영원한 목적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대 우리나라의 여성 ‘노출 패션’의 선구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가수 윤복희가 아닐까 싶다. 30여년전 그녀가 김포공항에 내릴때 입고 온 원피스는 무릎위 20cm까지 끝자락이 올라가 있었다. 이른바 ‘미니스커트’다. 이후 우리나라 여성들의 옷차림은 경제발전 수치와 비례해서 위·아래로 좁아져 가는 추세다. 한때 남자의 장발, 여자의 미니스커트가 풍속사범으로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됐으면서도 유행을 막을수는 없었다.
근래 들어서는 여성들의 옷차림이 아예 파격을 넘어 아슬아슬한 경지까지 넘나들고 있다. 특히 한낮 기온이 섭씨30도를 오르내리는 요즘같은 여름철이 더욱 심하다. 등과 가슴선이 그대로 노출된 차림에 핫팬츠니 배꼽티가 거리를 버젓이 활보한다. 오죽하면 점잖은 초로(初老)들이 ‘또 낮도깨비들이 판치는 계절이 됐다’고 혀를 내두를 지경에 이르렀을까. 하지만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고자 하는 과시욕은 여성만의 특권이랄수도 있다. 아무리 노출이 심하다 해도 보기에 따라서는 참신함과 건강미가 넘치는 패션도 많다. 다만 노출이 너무 지나쳐서 보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그런 옷차림만은 삼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태도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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