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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화] (3) 북한의 언어 정책...㉡

- 언어규범 통일, 그리 어렵지 않다

 

북한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한문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한글전용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고등중학교 1년(남한의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부터 대학교까지 한문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현재 북한은 3,000자의 교육용 한자를 제정하여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필자가 북한 학자를 만나서 토의해 본 바로는, 북한에서는 한글전용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많은 한자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다.

 

북한의 자모 순서는 대체로 남한과 같으나, 남한에서는 'ㅅ' 다음에 'ㅇ'이 나오는데 비하여 북한에서는 'ㅇ'이 제일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사전을 편찬할 때 자모 순서가 서로 다르게 되어 있는 점이 독특하다.

 

남북한이 통일을 준비할 때, 무엇보다도 어문 규범을 통일시켜야 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 컴퓨터의 자판 배열, 컴퓨터 용어, 언어 예절, 화법, 국어교육, 외국어 교육, 사전 편찬 등 많은 통일 과제가 놓여 있다.

 

94-96년까지 세 차례 중국 연변에서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학술회의에는 남한, 북한, 연변의 조선족 학자들이 참여하여 '한글 코드, 국어 자모순서, 컴퓨터 용어, 자판 배열 순서' 등의 문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토의했었다.

 

필자는 이 회의에 참여하여 함께 토론하였는데, 그때 참여한 학자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자세를 보면서 남북한의 어문 규범의 통일이 그리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남한과 북한에서 사용하는 어휘는 복수 표준어로 규정하면 되고, 자모 순서는 회의에서 결정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들은 언어 사용자인 국민의 선택에 맡기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남북한의 언어 규범은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한다. 한번 굳어지면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이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선택이 확실해질 것이어서 남북한의 언어 규범의 통일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연구원이 주관하는 국어정보화를 위한 '21세기 세종계획' 중 '한민족 언어 정보화' 분과에서는 '남북한 언어 비교 사전 구축, 표준어 검색 프로그램, 맞춤법 검색 프로그램, 외래어 검색 프로그램, 한국 방언 검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중 남북한 언어 비교사전에서는 올해까지 만 개의 어휘 비교 사전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는 최초의 남북한 언어 비교사전을 구축하는 것으로 기초 어휘 만 개 정도면 웬만한 기본 어휘가 비교되게 된다.

 

그리고 향후 사업에서는 '남북한 맞춤법 변환 프로그램 개발, 문화용어 검색 프로그램 개발' 등의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남북한이 힘을 합한다면 언어 규범을 통일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태영교수(전북대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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