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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게놈’과 대머리

정상적인 사람의 머리카락은 인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만개 정도라고 한다. 머리카락은 한 달 평균 1.2cm 비율로 자라며 매일 40∼80개가 빠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탈모가 하루 1백개 이상 지속적으로 계속되면 대머리가 될 위험이 매우 높다.

 

기록상 신원이 확인된 가장 오래된 대머리는 기원전 12세기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메르넵타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의 왕립의사회 연구팀이 그의 미이라를 부검한 결과 그가 대머리였던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대머리는 그때도 별로 자랑스럽지 못했던지 메르넵타도 오늘날과 같은 가발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니 따지고 보면 가발의 역사도 꽤나 오래된 셈이다.

 

대머리의 원인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유전적 요인, 호르몬 작용, 스트레스를 주로 꼽는다. 아버지가 대머리인 경우 그 자녀의 80%가 역시 대머리가 된다고 한다. 호르몬 작용은 남성 호르몬 안도로겐의 영향 때문이며 스트레스는 두말할 것도 없이 복잡다단한 현대생활에서 받는 정신적 압박때문이다.

 

그러나 대머리라고 해서 특별히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건 아니다. 오히려 고대 이래로 훌륭한 철학가 정치인 유명인중에 대머리가 많다.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대머리였으며 의성(醫聖)으로 불리우는 히포크라테스 역시 대머리였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미국의 아이젠하워, 구소련의 흐루시초프 같은 정치지도자도 있고 우리나라의 전두환 전대통령 역시 알짜 대머리였다.

 

문제는 대머리의 연령층이 점차 연소화해가고 심지어 여성들에게도 심각한 탈모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는데 있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생활에서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고민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덕분에 발모제 시장이 호황을 누려 연간 시장규모가 2천억원대에 이른다지만 아직까지 1백% 효능을 보증할만한 ‘기적의 발모제’는 없다니 안타깝다. 엊그제 발표된 인간 유전자지도(게놈)의 해독이 암과 같은 난치병 치료 말고도 제2의 비아그라 같은 획기적 대머리 치료제개발에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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