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희년(2000년) 12월 8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된 지 35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이 공의회의 소중한 표지는 ‘쇄신’과 ‘개방’이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변화의 사건이다.
35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교회의 문이 열렸다’고 주장을 내세
우기에 앞서 ‘과연 교회의 문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가’를 깊이 반성해보자.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교회는 숫자가 아니다. 교회는 돈이 아니다. 교회는 바로 우리 자신을
뜻한다. ‘우리 자신이 얼마나 이웃을 향해 열려 있는가’를 반성해보면 교회의 모습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쇄신과 개방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자기를 희생하지 않고서는 참다운 쇄신과 개방이란 있을 수 없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죄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를 교회라고 하셨다면, 이 공동체를 통해 얼마나 교회가 세상안에, 인간들 안에 빛과 소금이 되어 밝혀지고 녹아 들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당신 자신을 인간에게 가장 확실하게 개방과 쇄신의 표지, 사랑의 표지로 보여 주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모습이 교회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죄를 향해 열려 있는 마음, 죄를 향해 열 수 있는 마음, 죄를 녹게 하고 위안을 얻게 해주는 그 마음은 거룩하고 순결하다. 이런 마음이 바로 ‘교회-순결한 창녀’로서의 마음이다.
우리 자신, 순결한 창녀로서의 교회여야 한다. 나는 거룩한가. 나는 얼마나 순결한 창녀인가. 나는 나 자신을 교회에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랑하고 있는가. 깊이 묻고 대답하자.
오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찾아 뵙고 목욕을 시켜드리는 일에서부터 백혈병 여고생을
위한 나름의 작은 노력을 하는 이유도 바로 예수님과 교회의 쇄신과 개방을 몸으로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파행국회·의료대란·금융파업·남북관계도 이런 시각에서 바라봤으면 한다.
국회에 애정 어린 충고 한마디하고 싶다. “국회의원 나리님들, 못된 짓 그만하고 국민을 위한 '국회-순결한 창녀'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봉술신부(임실오수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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