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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정직성과 미래사회

거짓말하지 마라. 정직하라. 우리의 옛 어른들이 자녀에게 자주 들려준 말이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정직성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강조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도 모두 자녀들에게 정직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초등학교 교육은 이웃을 위해 봉사할 것과 정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17년 전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1년간의 연수과정을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고 있던 때의 일이다. 자동차 보험기간이 6개월이 남아 있어 이를 돌려받으려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보험회사 직원은 양식을 보내 줄 터이니 공란을 채워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3일 만에 온 양식은 원하는 보험 만료 일시와 돈을 돌려받을 은행구좌를 적고 사인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보험회사를 찾아가 본인임을 증명한다거나 보험을 해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잔여기간의 보험금이 귀국 후 1달 만에 한국의 거래은행 통장에 정확하게 입금되었다.

 

귀국하기 3일 전쯤 가스와 전화회사에 전화를 걸어 은행에 자동이체 할 돈을 남겨 놓았으니 떠나는 날 밤 12시를 기해 끊어 줄 것을 요청했다. 모든 처리는 이름을 알려주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다. 특히 전화 안내인은 전화회사로부터 빌려 쓴 전화기는 자신들이 회수할 것이니 그대로 두면된다는 설명과 함께 집을 떠나는 시간이 정확하게 언제인가를 물어왔다. 다음날 아침 10시라고 말하자 밤 12시 이후부터 아침 10시까지 오는 전화는 어느 곳으로 돌려주면 좋겠느냐고 했다. 뜻밖의 질문이었다. 그래서 이웃에 사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게 되었는데 다음날 아침 집을 떠나기 직전 직장과 친지로부터 중요한 전화를 세 통이나 받을 수 있었다. 오늘 미국의 힘이 어디로부터 나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었다.

 

지금 우리는 정보화사회를 맞고 있다. 정보화사회는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함으로서 이룩되었다. 하지만 정보화사회는 컴퓨터와 통신이라고 하는 하드웨어와 이를 이용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만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정직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성능의 컴퓨터가 초고속 통신망에 연결된다 해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정직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정보화사회란 정직성이 바탕이 된 신용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는 전자상거래시대에 돌입해 있다. 자유로운 전자상거래시대를 열게 하는 IT(정보기술)헌장이 지난 23일 막을 내린 오키나와 주요 8개국(G8)정상회담에서 채택되었다. 이로 인해서 세계는 벌써부터 전자상거래 시장 장악을 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직성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 모든 국제관계도 정직성과 투명성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UN을 비롯한 WTO체제는 물론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는 KEDO 사업도 마찬가지다. 국제관계는 정직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여 관련 국가들이 예측 가능한 정책과 전략을 세워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정보화사회와 국제화시대가 가속될 미래 사회는 사람들이 정직하지 못할 때 발전은 물론 지탱자체도 어렵게 될 것이다. 정직성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갖춰야 할 대단히 중요한 사회윤리이자 규범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나라는 화재와 범죄 신고전화를 장난 삼아 거는 통에 업무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이로 해서 오는 경제적 손실 또한 적지 않다. 작금의 정치부재와 금융시장의 불안에서 노사와 노정 대결 등 각종 사회적 불안과 갈등도 근원은 정직성이 문제된 것들이다.

 

미래 사회는 정직성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바로 설 수 없다. 우리의 정치·경제·사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도 정직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에서 거짓을 몰아내는 일은 밝은 미래사회 건설을 위해 반드시 이룩해야 할 필수 조건이다. 우리 모두가 정직성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선진사회 진입은 물론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가정과 학교·사회·직장은 물론 정치권이 정직성회복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할 때다.

 

/이광영(전북대 과학학과 초빙교수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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