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 TV방송국에서 이혼한 여자의 결혼을 다룬 연속극을 방영하고 있다. 약사직업을 가진 여주인공은 의사인 전남편과 이혼한 상태이고 결혼 전부터 알고 지내던 학교선배이자 전 남편의 동료인 ‘총각의사’의 청혼을 받고 있다. 둘의 결혼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 이 드라마의 주요 이야기거리이다. 의사아들을 둔 어머니의 오만, 자신의 사랑을 믿으면서도 부모 앞에서 눈치보는 ‘효성스러운’ 아들, 그를 사랑하기에 남자쪽 가족에게 당하는 자신의 굴욕에 대해 항의하지 못하는 착한 ‘이혼한 여자’.
현대의 불안정한 핵가족제도에서 이혼은 사회변화와 맞물려 광범위한 사회현상으로 등장하고 있고 실제로 이혼한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은 시대이다. 그런데 유독 여자가 이혼하면 그 당사자로 하여금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주눅들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도 엄연히 존재한다. 드라마는 그 사회의 통념을 반영한다. 여자의 육체적 순결을 강조하고 그것을 남자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이혼한 여자’는 중요한 자산을 잃어버린 ‘흠있는 배우자’이다. ‘이혼률 증가’라는 사회 변화 속에서도 우리 사회의 ‘보수적이며 여성을 격하시키는 문화적 통념’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통념을 깨뜨릴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결국 그것은 이미 기존의 통념에 익숙한 부모세대가 아닌 그것으로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의 몫이다. 상대방의 결혼 전의 전력때문에 현재의 결혼생활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깨어있는 세대가 할 일인 것이다.
이혼한 여자와 결혼하려는 남자는 부모의 승낙과 축복을 기대하는 순진함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결혼에 있어 ‘부모의 축복’은 얻을 수만 있다면 큰 기쁨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선택’과 대립될 때는 적어도 ‘선택’보다는 부차적이다.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잘못된 통념에 대해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축복 없이 결혼하였어도 그 다음에 잘 살면서 효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각오가 과거의 유령 때문에 현재의 소중함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피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박준행 (전주한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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