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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만난 시집 두편 '바람'과 '여행'

-석정의 시세계가 곧 햇빛이며 깃발이었네

 

이병훈시인 스승의 시세계 추모연작시집 ‘변산 골짝에 이는 바람’

 

-내리막길을 더듬는 일은 인생은 어떤 외로움인가를 알아내는 것

 

김민성시인 일곱번째 시집 ‘내리막길 여행을 떠나며’

 

 

비슷한 연배의 원로시인이 나란히 시집을 냈다. 두 시인 모두 시 창작 열정에 앞뒤를 재는 일이 어려울 정도로 다작에다 고향을 지키며 문학을 벗하고 지내는 것도 다르지 않다.

 

이병훈(75) 김민성시인(74). 연작시와 서사시로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온 이병훈시인은 석정시인을 추모하는 연작시집 ‘변산골짝에 이는 바람’(부안문화원)을, 자연과 여행을 주된 화두로 삼아온 김민성시인은 ‘내리막길 여행을 떠나며’(에디터)를 각각 펴냈다.

 

‘변산골짝에 이는 바람’은 부안문화원을 꾸리고 있는 김민성시인이 노시인의 창작열을 부추겨(?) 쌓여진 노작이다.

 

‘석정이 들길을 성큼 성큼 걸어옵니다/밀물같이 넘치는 이삭들의 사이 사이를 걸어 옵니다/먼 옛날에서 먼 훗날의/아침과 저녁을/걸어오는 그것은 햇빛일겝니다/가난한 풀잎들에게/목숨을 달아주며/숨결을 터주는 석정은 햇빛일겝니다’

 

석정은 시인의 문학 스승. 이병훈시인은 스승을 추억하며 스승의 말투, 냄새, 감성과 손길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향취를 그려냈다.

 

한사람의 생애를 추적하는 일의 복잡함이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으나 이 노시인에게는 석정을 추억하는 일이 그의 생애와 문학적 족적 그 모든 것일터. 스승의 삶의 족적은 물론이거니와 시작품에 대한 분석과 시정신의 조명에 이르기까지의 면면을 시로 형상하는 일로써 스승에 대한 추모의 정성을 바쳤다.

 

노시인에게 스승 석정은 ‘아침과 저녁을 이어 걸어오는 햇빛’이며, ‘한 때도 쉬지 않고 바람을 만드며 사뭇 팔락거리는 깃발’.

 

‘흙에서 풀잎으로 돋아나는 석정의 노래’는 그에게 늘 문학적 힘이다.

 

일흔과 여든의 중간,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노시인의 시어는 넘쳐나는 생명력으로 더욱 활기차고 간결하다.

 

김민성시인의 시집은 일곱번째 노작. 자신이 태어나 줄곧 성장하고 살아온 고향에 대한 진한 애정과 사랑을 녹녹하게 담아냈다.

 

‘잡동사니들을/더 생각해서 뭘해/노을 빛 동진강 여울 건널 때/아라사바람은 얼굴을 때리고/마음이 조급해지면서/갈길이 멀어만 보이는데/늦가을이 버리고 간/내리막 여행/그 곳으로/어서 찾아가야겠다’(내리막길 여행을 떠나며)

 

시집의 제목이 된 이 시는 시인이 인생을 되돌아보며 쓴 시다. 이 시 뿐 아니라 이번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시가 모두 그의 삶의 의미와 가치로 되살려진 것들이다. 지난 세월에 기대어 있는 때문일까. 시의 바탕이 외롭고 서럽다. 그러나 이 외롭고 서러운 시들의 목적지는 새로운 의지와 희망. 몇몇 지인들의 화갑이나 정년에 부친 시들에서도 새로운 희망에의 세계는 예외없이 두드러진다.

 

시인은 말한다.

 

“내리막길을 더듬는 작업은 어떤 외로움인가를 알아내는 수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숨가쁘고 현기증 나는 행려를 그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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