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모든 민족은 그들 스스로 다른 민족과 구별될 수 있는 고유의 민족적 성격을 갖게 마련이다. 우리의 경우, 특히 그 같은 민족성 가운데 민족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한민족’또는 ‘백의민족’이라 하여 단일 민족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일 것이다.
문일평(文一平)은 우리의 민족의식을‘조선심(朝鮮心)’이라고 말했고,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백성의 문자이며 그것은 바로 민족 의식의 발로라고 표현하고 있다. 뮈어(Muir)는 ‘민족의 주조자(鑄造者)는 전통이요, 민족성의 기본은 감정’이라고 하였다.
민족의식은 역사 의식이나 전통의식과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은 학문, 예술, 종교, 정치에서의 사유(思惟)와 행동의 양식, 그리고 윤리와 제도에 기틀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매우 고유하고 독특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또 비춰질 수 있으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측면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통과 민족 의식은 민족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지배할 수 있고 살아가는 생활의 방향과 지향점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기나긴 5천년 민족사에서 우리는 언제나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 등 강대국들의 세력이 서로 각축하는 틈바구니 속에서 긴장된 민족사를 이어 나와야만 했다. 그런 까닭에 주체성을 고수하고 자주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했고, 때로는 불가피하게 사대(事大)와 유화(宥和) 의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민족사의 정통을 이어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강대국의 세력 다툼속에서 민족의 생명체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인고와 체념이 엇갈려 공존하는 모습도 드러나고, 대세의 흐름에 눈감고 순응하는 생활속에서 민족적 감정이 억제될 때도 많았다. 이렇게 억제된 민족적 감정은 때로는 은근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때로는 유유자적하면서 멋을 부리는 여유로움으로 표출되기도 하였다.
민족의식의 뿌리와 본질은 어디까지나 우리들 자신에 있다. 6.15남북 선언이후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의식 저변에서 바로 이런 점을 느낄 수 있고 또한 지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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