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늘 젊은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어서인지 가끔 남자 후배들로부터 착한 여자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착한 여자란 어떤 여자일까? 이럴 때마다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착하지 않은 여자가 얼마나 있던가? 우리 문화의 정서는 성선설을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본래 착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굳이 착한 여자를 찾는 이유는 자기가 원하는 여성상이 있겠지만 그것을 정확히 표현하기 쑥스러워서 포괄적인 말로 대신한 것일 게다.
그러면 사회·문화적으로 착한 여자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착한 여자란 남의 말(특히 부모·남편·상사)을 잘 듣고, 자기 주장이 없는 여자로서 ‘아니오’라는 말을 못하는 여자이다.
착한 여자의 특징은 ‘아니오’라는 말보다 ‘예’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아니오’라는 말을 하기가 너무 어렵고, 어쩌다 자기 주장을 해야할 때가 와도 표현을 잘 못하며, 하게 되더라도 긴장과 떨리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런데 혼기에 닥친 남자들은 왜 착한 여자를 찾는 것일까? 착한 여자와 살아야 나도 편하고, 나아가 집안도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오’라는 말을 못하는 여자는 적어도 순종을 하는 듯이 보여지긴 한다. 이런 여자는 적어도 남자 쪽에서는 편이함이 있겠다.
그러나 착한 여자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로 커나가기는 어렵다.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여성들의 교육수준도 높아졌으며, 직업을 가진 여성도 많아졌다. 사회도 여성들의 인력을 요구하게 됨에 따라, 제도적 평등을 위해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때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알아야, 싫어하는 것에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착한 여자는 같이 일을 할 때에도 답답하다. 자신의 능력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일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나는 여성들이 일을 하고자 할 때 동지처럼 돕고 싶은데, 이런 여성들을 만나면 맥이 빠진다.
/국선희(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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