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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판소리] 고도의 예술성 지닌 판소리의 문화적 가치

유네스코(UNESCO)에서는 2,001년부터 무형문화재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로 하고, 2,000년 말까지 1차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계에서는 판소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판소리가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기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해서 특별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판소리는 우선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나라에 현재 있는 것이라면 다 우리의 것인 줄 알고 있다. 그러나 문화는 국경과 민족간의 경계를 넘어 유통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 있다고 해서 다 우리의 것은 아니다. 옛부터 있었다고 해도 다 우리의 것은 아니다. 우선 음악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현대음악은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다. 다 서양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이른바 클래식이라는 것이 그렇고, 가곡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서양음악의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순수한 우리 것이 아니다. 유행가는 말할 것도 없다. 고전음악은 어떤가. 시조나 아악·가곡·가사 등 고전음악의 대부분도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거나, 중국 궁중음악의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우리 것이 아니다. 민속음악이라고 부르는 것들만이 우리 고유의 것인데, 민요나·풍물·굿음악·산조·판소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판소리는 가장 중요한 유산이다.

 

그 크기나 내용의 다양성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것,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구분지어 주는 것, 곧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은 바로 우리 고유의 문화이다.

 

클래식으로 어떻게 한국인임을 증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 고유의 복장과 말과 음식과 음악 등등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다른 한국인이 되는 것이다. 판소리는 그 중에서 가장 확실한 징표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판소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판소리의 가치는 또 그 고도의 예술성에서 찾을 수 있다. 판소리가 우리 고유의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높은 수준의 것이 아니라면 꼭 보존해야만 할 필요까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판소리는 그렇지 않다.

 

판소리의 예술적 수준은 판소리 수련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지간한 소리꾼만 되려고 해고 수십 년 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판소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수련과정에서 몇 년을 독공(혼자 깊은 산 속에 가서 집중적으로 소리 훈련을 하는 일)을 했다느니, 독공과정에서 피를 몇 동이를 쏟았다느니 하는 얘기들은 판소리 명창이 되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관한 얘기들이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어 이루어진 소리이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판소리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 정도의 것만 가지고도 판소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판소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야만 한다는 주장 또한 이러한 가치에서부터 출발한다.

 

/최동현(군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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