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이 벌써 30만명에 이르고 있다. 98년 11월에 금강산 뱃길이 처음 열렸으니 1년 9개월만에 남한사람 1천명중 7명이 북한땅을 밟아 본 셈이다. 전북에서도 지방의원, 교사, 학생, 기업인, 언론인 등 1만5천명 가량이 다녀온 것으로 추산된다. 금강호, 봉래호, 풍악호 등 3척의 배가 동해와 부산 2개 항에서 매일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요금은 시작 당시 4박5일에 최저 1백9만원이었으나 일정이 3박4일로 줄어들면서 79만원으로 많이 내렸다.
이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금강산을 다녀오면서 북한에도 변화의 물결이 잔잔히 일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첫째는 언어의 변화다. 초창기만 해도 관광객들이 북한측 여자관리원을 ‘아가씨’라고 부르면 꽤 싫어했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아가씨가 술집 ‘접대원’을 가리키기 때문에 ‘처녀’라고 불러야 한다. 또 자신들의 부모를 ‘늙은이’라고 해 우리 관광객이 어리둥절했다는 것이다. 서로 생소했으나 지금은 아가씨라 불러도 전혀 어색해 하지 않는다. 둘째는 관광객이 침을 뱉거나 화장지를 버리면 위약금을 내야 했다. 대개 15달러 안팎이다. 처음에는 하루 10건 이상이 적발되어 옥신각신했다. 실예로 스웨터의 보풀 하나만 떨어져도 위약금을 내야 했다. 그것이 이제는 1건 정도로 크게 줄었다. 가능한한 남한사람을 이해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세째, 초기에는 장전항에서 금강산까지 기관총을 멘 초병들이 1백m 간격으로 경계를 섰다. 지금은 5백m로 느슨해졌다. 네째, 인근 주민들의 표정이다. 처음에는 관광버스가 마을을 지나가면 무관심하거나 적대적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겨울에 길을 가다 남한사람을 보면 외투를 뒤집어 쓰고 땅에 엎드렸다. 심지어 우마차를 끌고가다 남한사람을 보면 자신은 물론 소의 고개까지 반대편으로 돌릴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고 관리원들도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처럼 금강산 관광은 북한을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어찌보면 북한보다 남한이 더 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북한을 보는 눈이 우호일색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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