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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胡馬越鳥

우리는 지금 귀향전쟁을 치르고 있다. 굳이 ‘북쪽에서 온 말은 늘 북풍을 향해 서고, 남쪽에서 온 새는 남쪽 나뭇가지에 집을 짓는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는 옛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수구초심의 장렬한 행렬에 참여하고 또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곳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도시 생활에 찌든 사람일수록 어린시절 뛰어놀던 시냇가와 황혼에 물든 초가에 대해 진한 향수를 느끼게 마련이다. 아무리 잠자리가 불편하고 재래식 변소 냄새가 코를 진동해도 우리는 그곳으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막무가내식 고향 사랑의 감정은 우리들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단지 태어나고 자랐고 살았기 때문에 고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사정을 알고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기에 고향으로 가고 싶은 것이다. 나 밖에 모른 채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명절날이라도 그 소외감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고향과 부모는 어떤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동격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아버지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 나를 기르시니 그 깊은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 넓은 하늘도 다함이 없다’고 했다. 고향이나 부모는 조건없이 우리를 품어주고 감싸준다.

 

부모님께 아침저녁으로 안부전화를 올리지 못한 불효를 용서받으러 귀향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고향을 떠나면서 돈벌어 부모님을 호강시키겠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거짓말이었음을 명절날이 되어서야 깨닫기 마련이다.

 

세상 인심이 각박하고 생존경쟁이 치열할수록 우리는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 세상을 본능적으로 그리워하는 듯하다. 그것은 사랑이 흐르는 고향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인 것이다. 말도 그러하고 새도 그러한데 집 떠났던 우리 모두가 고향과 혈육을 사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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