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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書信교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의 널리 알려진 시 ‘행복’이다. 이 시에서 편지는 ‘사랑의 메신저’역할을 하고 있다. 편지는 단순히 소식을 알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보내는 이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이 담겨있게 마련이다.

 

편지에 관한 기록은 여러가지가 있다. 영국의 국방상 겸 대법관 홀딩 공은 부친이 사망한 1887년부터 어머니가 1백세로 192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모친에게 문안편지를 냈다. 그러니까 38년동안 1만5천통의 편지를 쓴 셈이다. 또 미국 해군에 근무하던 패드 캐리라는 병사는 캘리포니아에 두고 온 아내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타이프 용지가 무려 10m 20㎝에 이르렀다. 이 편지를 쓰는데 꼬박 한달이 걸렸고 자수는 2만8천자, 타이프 자판을 두드린 횟수는 14만번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편지에는 여러 이칭(異稱)이 있다. 서간(書簡), 서찰(書札), 서한(書翰) 등 많이 쓰이는 말부터 서척(書尺), 간독(簡牘), 이소(鯉素), 안족서(雁足書), 방찰(芳札) 등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까지 20여가지가 있다. 그 중 안족서는 중국 한나라 소무(蘇武)가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갇히게 되자 기러기 발에 백서(帛書)를 매어 한제(漢帝)에게 보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이처럼 편지는 문자가 생긴 이래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 요즘 컴퓨터 세대는 전자우편(E-mail)이 더 편한 세상이 되었지만 말이다.

 

곧 남북 이산가족 사이에도 서신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일단은 엽서형식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 판문점에서 교환할 예정이다. 1천만 이산가족이 재결합하는 첫걸음이다. “꿈에 네가 왔더라/ 스물 세살 때 훌쩍 떠난 네가/ 마흔 일곱살 나그네 되어/ 네가 왔더라/ 살아 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 허구헌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김규동의 ‘북에서 온 어머님편지’라는 시다. 어디 스물 네해의 세월뿐이겠는가. 50년 분단의 아픔을 실은 편지가 통일의 씨앗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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