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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거짓말 탐지기

‘어떤 사람이 거짓말쟁이냐 아니냐를 분간하려면 그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자기가 정직하다고 대답하면 틀림없는 거짓말쟁이다’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그루초 막스의 익살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연구한 결과 사람은 하루에 대략 2백번 정도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평균 8분만에 한 번 꼴이다.

 

먼 옛날 인류의 조상들은 몸집이 큰 다른 짐승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활한 지혜가 필요했으며 그에따라 권모술수가 본능적으로 진화했다는 학설도 있다. 말하자면 인간은 타고난 거짓말쟁이인 셈이다.

 

이런 거짓말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고안된 기계가 ‘거짓말 탐지기(Polygraph)이다. 맥박·혈압·땀흘리는 상태(發한)등의 생리적 변화를 측정하여 테스트를 받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다. 플리그래프는 주로 범죄수사에 활용된다. 분명히 심증이 가지만 범인이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달리 증거가 없을때 이 기계를 사용하여 거짓말인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플리그래프 조사의 정확성 여부다. 미국 거짓말 탐지기협회에 따르면 이 기계를 이용한 조사의 정확성은 90%정도라 한다. 말하자면 아무리 숙련된 조사관이 정확을 기했다 해도 10%정도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열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피의자를 만들지 말라는 수사격언이 성립된다.

 

전주지법이 교통사고를 내 기소된 한 트럭운전기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은 거짓말탐지기 검사내용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재판부의 이런 판결은 아무리 거짓말탐지기라도 기계의 성능, 조작기술등에 있어 완벽을 기하지 못했다면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 범죄수사에 동원되는 거짓말 탐지기의 효능도 그리 기대할만한 수준은 못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죄를 짓고도 오리발을 내미는 범죄자에게 고문과 같은 비인간적인 수사기법을 동원하는 것보다는 여전히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훨씬 이성적이란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긴 거짓말과 진실의 구별은 신(神)의 소관사항이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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