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계획으로 낙동강 1천2백리 도보순례팀이 ‘지리산은 푸르게 낙동강은 맑게’라는 표어를 내걸고 길을 떠났다.
전체일정을 함께 소화할 형편이 못되어 하루정도 학림대중들과 안동댐에서 합류하게 되었다.
신발끈을 단단하게 동여매고 밀짚모자를 눌러쓰고는 바랑속에 ‘지리산과 낙동강을 살립시다’라는 팸플릿을 가득 넣고서 낙동강을 따라 시가지를 향해 걸었다. 철길옆으로 한국의 전탑을 대표하는 국보인 신세동 탑이 먼지를 둘러쓴채 초라하게 서 있고 그 너머 안동의 대표적 종가집이 퇴락한 모습으로 우두커니 앉아있다.
육중한 댐 아래에는 어떻게 겨우겨우 빠져나온 강물이 앓는 사람마냥 수척한 물빛으로 새벽안개를 피어올리고 있었고. 이렇게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기차 역·버스정류소 그리고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누어 주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받아가는 사람, 고개를 돌려 손사레를 치면서 아예 받지 않으려는 사람, 호기심으로 ‘스님들도 이제는 거리로 나와 선교용지를 돌리는 시대인가?’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 수고한다고 인사를 하면서 아주 반갑게 받아주는 사람 등 정말 천태만상이었다. 건네주는 우리태도도 여러가지였다.
신문 넣듯이 남늬 가게에다 툭 던지고 가는 경우, 지나가는 사람에게 그냥 불쑥 광고처럼 내미는 경우, 미소를 지으면서 ‘포교용지’를 갈라주는 폼으로 건네는 경우,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무슨 계약서 전달하듯 하는 경우, 매우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노라고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서 주는 경우 등 그야말로 야단법석의 현장이다. 만행을 다니다보면 길거리에서 전단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된다.
앞으로는 그런 것을 받을때 ‘수고하십니다’하면서 기쁜 표정으로 받아야겠다. 그것이 설사 다른 종교의 선교용지라고 할 지라도. 주는 것만 보시인줄 알았더니 잘 받아주는 것도 큰 보시임을 이번에 알았다.
/원철스님(실상사 화엄학림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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