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에서는 떠난 자리로 되돌아오는 일은 없다
-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기자로 살기
- 20년 씨네 21 편집장 지낸 조선희씨의 치열했던 20-30대 삶의 기록
영화전문지 씨네 21 편집장을 지낸 조선희씨(40)가 에세이집 ‘정글에서는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한겨레신문사)를 펴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연합통신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88년 한겨레신문사 문화부 기자를 거쳐 씨네 21 편집장으로 지낸 20년. 고군분투하며 창간해 이제는 주간지 판매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의 반열에 들어있는 씨네 21의 편집장 자리를 당당하게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까닭과 그러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그의 철학과 삶의 자세가 재미있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의 삶에서 가장 치열한 시기였을 씨네21 창간기와 편집장 자리에서 만났던 즐겁고 괴로운 기억들이 마치 생생한 취재현장에서 보내온 기사처럼 기록되어 있는가하면 역시 적잖은 화제를 뿌렸던 자신의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들,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직장인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살아가면서 겪어야하는 고단함과 분노와 희망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모든 글들이 그의 체험을 딛고 단단하게 서있으니 영화잡지 편집장으로 보낸 5년세월도 그냥 묻혀버릴 수 없을 터. 개인적인 취향과 관계없이도 의무적으로 보아야했을 수많은 영화중에서 특별히 기억할만한 영화들을 소개하고 끝없는 시비를 몰고올 공산이 큰 영화비평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와 영화판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분명하고 솔직한 자기체험의 기록. 글쓰기도 남달라서 명쾌하고 재미있는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 빛나는 자리를 묻고, ‘오래 묵혀온 소설쓰기의 꿈’을 시작하는 그의 용기가 새삼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새로 시작하는 그의 나이 마흔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박수 받을 때 떠날 수 있는 바로 그 ‘용기’ 덕분이 아닐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선 떠난 자리로 되돌아오는 일은 없다. 악마의 산을 넘었으면 튼튼한 전사의 몸이 되어 삶의 또 다른 언덕에 서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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