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의 고통은 당해 봐야 안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일자리가 없어 빈둥빈둥 노는 것은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일자리를 갖지 못한 실업자들은 자신이 ‘살아 있으되 죽은거나 마찬가지’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심리적 죽음’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IMF 위기가 몰아 닥쳤을때 그런 실업자수는 전국적으로 1백20만명에 달했었다. 공공기관·기업·금융계의 구조조정으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린 ‘황당한 퇴직자’들이 분노와 좌절에 휩싸여 떨어야 했다. 그러는동안 우리 경제는 어느정도 회복의 기미를 보여 왔다는게 저간의 설명이었다. 실업자수도 70만명선으로 낮아졌다는 장미빛 통계도 나왔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만 3년이 지난 오늘 우리 경제는 제2의 IMF 위기를 걱정할 정도로 참담한 지경에 놓여 있다.
동아건설이 퇴출되고 대우가 부도를 냈으며 현대는 아직도 갈피를 못잡고 비틀거리고 있다. 부실 기업정리에 이어 금융권도 손질을 기다리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실업자들이 거리에 나 앉을지 걱정이 태산 같다. 이미 한국노동연구원은 올 하반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2월께 실업자수는 다시 1백만명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당장 취업·졸업시즌의 대학가에 취업 비상이 걸렸다는 우울한 소식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취업 전문기관들은 현재 대졸 취업 희망자들은 35만명에 이르지만 이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8만5천개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직장퇴직자들에다가 대졸 실업자들까지 합치면 또다시 실업대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동안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던 지하철 노숙자들의 딱한 모습도 다시 떠오른다. 더군다나 지금은 월동을 대비해야 할 겨울철 길목 아닌가.
실업상태가 장기화 되면 분노와 좌절은 차츰 사그라 들면서 니체식 허무주의에 빠지거나 ‘케세라 세라’식의 체념기에 접어 든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은 그때부터 더욱 중증으로 치닫게 된다. 빨간 신호등이 켜진 우리경제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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