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을 사면서 당첨을 기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행여나…’하는 기대심리가 없진 않겠지만 열명중 아홉은 ‘그저 재미로 산다’가 답이 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의 경우는 그렇다.
그러나 전세계 복권 발행액이 1천억 달러를 넘고 그중 80%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이나 미국·캐나다의 경우는 다르다. 매주마다 복권이 발행되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매니아들이 판매소앞에 줄을 서는 것이 보통이고 실제로 돈벼락을 맞아 메스컴의 화제가 되는 일도 자주 보게 된다. 언론인들은 복권제도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행심을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거액의 당첨자는 앞다퉈 보도하여 그야말로 사행심을 조장한다.
지난 94년 영국에서는 한 술주정뱅이가 1천1백만 파운드(한화 1백50억원)짜리 신종복권에 당첨되자 이혼한 전처와 자식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혼쭐이 났는가 하면 또 한 사람은 ‘내 보석을 훔쳐간 돈으로 복권을 샀으므로 당첨금은 내것’이라고 주장하는 양모(養母)와 송사(訟事)를 벌인 에피소드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액의 복권 당첨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첨사실이 알려진후 가족이나 이웃간 미묘한 갈등을 일으킬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즉석복권이 발행되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즉석에서 동전따위로 긁으면 당첨여부가 확인되기 때문에 복권을 ‘산 사람’과 ‘긁은 사람’사이에 다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지난해 2월 다방에서 자신이 산 즉석복권4장을 다방 주인, 종업원등과 함게 긁었다가 2천만원짜리 두 장이 당첨되는 바람에 법정에까지 서게 된 사람의 얘기가 좋은 예이다. 그는 당첨금 대부부분을 자신이 차지했다가 횡령죄로 피소돼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었다. 그러나 엊그제 대법원의 상고심에서 ‘산 사람과 긁은 사람등 네명이 나눠 가지라’는 판결을 내렸다. ‘네 주장도 옳고 네 주장도 옳다’는 황희(黃喜)정승만큼이나 명쾌한(?) 판결이 된 셈이다.
복권당첨 확률은 보통 수백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래서 복권을 사느니 그 돈으로 차라리 ‘돈 나무’를 심으라는 우스게 소리도 있다. 재미로 사다가 긁었을 복권 2장이 인생살이의 ‘사사로운 정의(情義)’마저 훼손시키는 세태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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