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대학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하기만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빈둥거리는 고급인력이 수십만명에 달하고 아예 취직을 못할바에야 휴학을 하겠다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집계한 전국1백61개 국·공립 및 사립대학의 2000년 2학기 학생현황에 따르면 전체 대학재학생 1백63만1천여명중 31%인 52만7천여명이 현재 휴학중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대학생 3명중 1명꼴이다. IMF 위기가 몰아 닥쳤을때 전국적으로 1백20만명의 실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렸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런 현상이 되살아 날 조짐을 보이자 그 위기를 피해 대학생들이 스스로 사회를 향한 출발점을 늦추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황금기, 꿈과 낭만에 가득차야 할 대학생들에게 닥친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경기침체로 버젓한 직장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 일자리 하나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다. 실업률이 또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지금 대졸생이라 해서 뾰족한 대책도 없다. 졸업해봤자 갈 길이 뻔한데 우선 실업자 신세라도 면해 보자는 생각이 더 현명한지도 모른다.
이들은 대부분 어학연수나 군 입대, 자격증 취득과 같은 현실적응을 택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길이 순탄치만도 않다. 어학연수에 드는 고비용, 자격증 시험에 쏟아 부어야 할 시간과 정성 또한 만만치 않다. 그것도 소수의 선택된 계층의 수혜일 뿐이다. 이처럼 대졸자나 재학생들이 일자리 불안에 휩싸이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계량하기 힘든 손실이다. 정부가 한때 대졸자들의 인턴사원제를 적극 추진했지만 올해는 아직 뚜렷한 방침도 서 있지 않은 모양이다.
인생을 막 출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취업의 문이 닫혀 있는 현실은 그들에게 좌절과 무력감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음 세대의 사회정신이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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