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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철로변'

철로변

 

/이길상

 

역사엔 톱밥난로가 홀로 어둠을 끌어당기고 있다

 

저탄장 탄가루의 마른 기침소리가 들리고

 

아침을 여는 길은 객지를 떠돈다

 

막장에 들어가는 반딧불들, 날개를 떨구면

 

검은 산엔 절망의 삽날이 꽂힐 뿐이다

 

등록금 낼 때쯤이면 아이들은 학교가 불 꺼진 빈집 같다

 

학교에 가지 않은 몇 아이들은 울먹이는 강이 된다

 

잠 못 이루며 출렁이는 삶이 거품으로 올라올 때

 

그 빈 공간 메우자고 떠난 아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아이 소식 궁금할 때마다 강물은 말이 없고

 

고요와 적막에 남은 논밭마저 드러눕는다

 

갈대처럼 함께 모여 살던 이웃들은 흔들리고 있는가

 

갈기 선 바람이 불자 희망의 불이 꺼진

 

길 아래 집들은 웅크리고

 

떡잎 같던 시간이 뿌리를 거둔다

 

시린 눈발에 하늘도 허기진 달을 내건다

 

달처럼 텅텅 울리는 마음은 철로로 놓여 먼 길 떠났을까

 

거죽만 남은 풍경은 주저앉아 빈 밭을 키우고

 

세간은 더 야위어 간다

 

장에 가신 아버지의 좌판에 햇살 가득 찰 날이 올까

 

아버지가 오실 길에 차단기가 내려가 있다

 

겨울 그놈의 겨울이 또 눈과 바람을 데리고

 

무쇠처럼 달려오고 있다

 

-이길상 약력
●1972년 전주 출생
●전북 전주시 효자동 1가 550-5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교 4학년

 

[당선소감]

 

원고를 투고한 후 며칠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당선될 수 있을까. 더욱이 올해는 이른 봄부터 내 마음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내게 과연 시적 재능이 있을까. 시집을 읽고 습작을 해도 좀처럼 길을 찾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영화와 음악은 지쳐 있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파블로 네루다와 우체부의 삶과 우정을 다룬 영화 ‘일포스티노’처럼 애정으로 사물과 사람들을 대하고 싶다.

 

새벽 거리를 걷는다. 주위는 어둡고 가로등 몇 개만이 빛을 내뿜고 있다. 가로등이 내뿜는 것은 과연 빛일까. 다 잠든 시간, 깨어 있는 것들의 삶이 궁금하다. 불 켜진 집에서 새어나오는 온기가 몸에 닿는다. 차창마다 어둠을 매단 새벽 기차가 역에 닿기 전, 뭔가가 그리운건 꼭 쓸쓸한 풍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어두운 길보다 더 먼 길이 나에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 길, 파도처럼 출렁거릴지라도 결코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학 생활을 마치는 겨울 한 자락을 딛고 서 있다. 4년 동안 하지 못했던 일, 잊고 지낸 것들이 너무 많다. 시도 생활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보내야 하리라.

 

고마운 분들이 많다. 먼저 마음 고생이 많으셨던 부모님, 그동안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께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문우들과 친구들이 많이 기뻐할 것이다. 또 전북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서도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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