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여 가슴까지 시렵웠던 추운 겨울의 매운 맛을 이제는 느낄 수 없게 된 듯하다. 가끔은 병원균이 번성하여 뜻하기 않는 돌림병이 기승을 부리기까지 한다. 문득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의 뚜렷한 4계절 변화가 이제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괜한 두려움마저 들때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한겨울 얼음을 얼렸다가 이것을 여름에 사용했는데 이처럼 얼음을 저장해 두었던 것이 바로 석빙고다. 물론 일반 백성들은 한여름에 얼음을 만진다는 것이 상상도 못할 일이었겠지만 어떻든 궁중에서는 이렇게 해서 더운 여름을 넘기곤 했단다. 요즘은 한 여름에도 쉽게 얼음을 만들어 쓸 수 있어 석빙고의 위력이 실감나지 않지만 어떻든 대단한 발상이었음은 틀림없다.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겨울의 한기를 여름까지 가져갈 수 있다면... 또는 여름의 열기를 겨울에 사용할 수 있다면... 물론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심야의 남는 전기를 이용하여 열기나 냉기를 만든 후 저장하여 주간에 사용하는 시스템, 즉 축열, 축냉 시스템의 이용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는 전기 즉 심야전력을 사용하므로 값이 싸고, 또한 전기사용이 가장 많은 한여름이나 한 겨울의 전력부족난을 해소할 수 있어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축열 시스템의 경우, 전기의 사용이 적은 심야에 물을 데워두었다가 보일러나 온수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항상 일정 온도의 온수 및 난방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축냉 시스템은 심야전기를 시용하여 냉기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주간냉방 역시 필요한 냉열을 야간에 만들어 탱크에 저장해 두었다가 낮에 이용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물을 데워두었다가 이용하는 축열 시스템과는 달리 축냉시스템은 냉열을 생산하는 냉동기와 저장하는 빙축조 그리고 냉열을 실내에 순환시켜주는 공조기 등으로 구성된다. 냉축시스템의 냉동기는 용량이 적고 고효율로 운전할 수 있으며, 갑작스런 부하 증가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빙축시스템은 0。C에서 물이 얼음으로 상변화할 때 발생되는 잠열(80kcal/kg)을 저장하므로 저장탱크의 체적이 작아 도심지 빌딩에 적합하다. 심야시간에는 냉동기를 가동하여 빙축조에 냉열을 저장하고, 반대로 주간에는 냉동기를 정지하고 빙축조의 냉열을 공조기나 팬코일에 순환시켜 냉방을 한다. 이때 만일 빙축조의 냉열만으로 냉방이 부족할 때에는 냉동기도 함께 가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써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냉축열과 같이 효율적인 시스템을 개발 이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의 한 방법일 것이다.
/한병성(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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