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동안 추적해 형상화한 정여립 역모사건의 역사적 실체
원로소설가 홍석영씨가 새 소설집 ‘천년의 한’(범우사)을 냈다. 모처럼 역사소설이다. 시대의 희생양으로 불우한 일생을 마친 조선 중기의 사상가 정여립의 삶과 시대상을 그린 소설.
정여립은 선조 22년(1589년)의 이른바 기축옥사의 모반 주모자로 날조되어 희생된 개혁적인 사상가다. 동서 당쟁의 소용돌이속에서 억울한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정여립은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면서 재조명되고 있는 비운의 인물.
작가는 20여년전부터 이 사건과 정여립에 주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글쓰기 작업에 들어가 역사소설의 형식으로 소설집을 내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그 뜻은 역사바로잡기에 실려 있다. 상하권으로 나온 이 소설집은 유명무명의 선비 1000여 명이 처참히 살해당함으로써 온 나라를 피바다로 만들었던 기축옥사를 역사적 배경으로 하여, 학식이 뛰어난 사상가요 혁명가였던 정여립의 전기적 사실과 더불어 당쟁의 폐해가 국기를 얼마나 어지럽혔으며 그 결과 인간 윤리와 자존을 얼마나 비참하게 손상시켰는가를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소설은 픽션이다. 그러므로 사실보다 진실을 추구한다. 되도록 엄정한 사관에 입각한 문헌적 자료에 의하여 가급적 사실 왜곡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작가는 이 소설이 지닌 진실과 사실에의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들 몫이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그것을 통해 현실적 깨달음을 얻는데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권력을 둘러싼 탐욕과 당파적 갈등, 싸움은 여전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우리의 현실이 가져오는 폐해와 인간의 속성을 일러준다. 역사소설이 갖는 사실감도 팽팽하다.
정여립 역모사건의 배후에 감추어진 역사의 실체를 꺼내보이기 위해 20여년동안 각종 자료와 기록들, 밝혀져 있거나 묻혀져 있던 사실과 진실의 흔적들을 촘촘히 엮고 소설로 형상화해낸 원로 소설가의 열정이 그대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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