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새, 바람…’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저소득 실직여성가장들은 자신이 짓고싶은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지어붙였다. 새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고 가볍게 살고싶은 소망을 담은 것이다. 실업극복 김제운동본부 실업자 쉼터 소장으로 일하면서 실직여성가장 이야기방 모임에서 만난 그들의 빈곤과 불행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들의 가난은 태어날때부터 시작된다. 가난한 부모밑에서 자라며 마음껏 공부하지 못하고 비슷한 처지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그후 남편과의 사별 또는 이혼, 남편이 있다해도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정도의 질병에 시달리거나 장기간 가출상태에 있기 떄문에 그들은 혼자서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여성가장으로 이중삼중의 생활고를 겪고있는 그들은 매우 지쳐있었다.
‘모아방’이라고 이름붙인 여성가장들의 정기적인 모임이 시작되었고,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며 조금씩 희망을 나누어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실업자쉼터의 주인이 되어 각종사업과 행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큰 몫을 차지하고 있고 나아가 공동으로 자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게 1년여의 모임이 지속되면서 여성가장들은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함께 나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뜻을 모은 것이 혼자사는 노인들과 결연을 맺어 그분들을 돌보는 활동을 하는 일이었다. 자신들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지난해 송년한마당에서는 혼자 사시는 두분의 할머니와 결연식을 가졌다. 내복을 한벌씩 사서 선물로 드리며 꼭 껴안던 저소득 실직여성가장과 할머니의 모습은 가난한 여성들의 아름다운 연대였다.
그들은 할머니 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집안일도 하고 목욕도 같이가고 말동무도 하면서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다. 식당에서 밤낮으로 일하고 추운거리에서 붕어빵을 구우면서도 누군가를 도울수 있다는 것이 그들에겐 삶의 활력이고 소박한 보람이다.
다시 경제위기이고 실업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우리가 꿈꾸는 경제적평등과 복지세상은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렇게 가난한 여성들의 아름다운 연대로 그 꿈을 이루는 일은 시작되고 있었다.
/송경숙(목사, 전북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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