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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첫 시집'화사집' 복간된다



 

1941년 1백부만 제작. 국립도서관과 몇몇 소장자 등 서너권밖에 남지 않은 희귀본으로 고서점가에서는 1천만원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자화상 중에서’

 

미당의 대표작 ‘자화상’은 그의 첫시집 ‘화사집’에 서시의 형식으로 실려있다. 화사집은 미당이 남긴 열다섯권의 시집 중 첫번째 시집. 1941년 남만서고에서 발간됐다. 올해는 화사집이 발간된지 꼭 6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해 작고한 미당 서정주시인의 이 첫시집 ‘화사집(花蛇集)’복간이 추진되고 있다.

 

미당의 화사집은 보들레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제 1기 시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집. 책머리에는 금단의 과실을 물고 있는 뱀의 양식화된 그림과 김상원의 발문, 서시 형식으로 ‘자화상’이 실려 있으며 '화사' 편에 ‘화사’와 ‘문둥이’, ‘가시내’ 등이, '노래' 편에는 ‘수대동시’, ‘봄’, ‘벽’, ‘엽서’ 등이, '지귀도시' 편에 ‘웅계 상(上), 하(下)’, '문' 편에 ‘바다’, ‘부활’ 등 모두 22편 실려 있다. 이들은 관능미와 생명력에 대한 강렬한 찬사가 돋보이는 서정주의 초기 시세계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첫시집의 표제가 된 ‘화사(花蛇)’는 뱀과 여자를 등장시켜 도덕적인 계율과 관습에 억눌려 있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표현한 작품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했으며 그 벌로 배로 땅을 기어다니면서 살아야 하는 뱀을 원죄와 관능의 상징으로 그린 미당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시집은 당시 1백부만 제작돼 현재는 국립도서관과 몇몇 소장가들이 갖고 있는 서너 권밖에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희귀본. 고서점가에서는 원본의 경우 1천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국립도서관 소장본의 경우는 보존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해 복간작업의 필요성이 줄곧 논의되어 왔었다.

 

화사집은 41년 2월 10일이 발간일로 되어 있는데 이날은 미당이 작고한지 49일째가 되는 날이어서 그 우연의 의미가 각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도하다.

 

미당을 추모하는 문인들과 문화계 인사들, 그의 많은 제자들은 미당묘소에서 가진 49재 행사에 이어 화사집 출간 60주년 기념행사를 12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갖는다. 이날 행사에서는 서지학자 강경훈씨가 소장하고 있는 ‘화사집 ’ 진본의 복사본을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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