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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 개막작 시사실



 

떠돌이 3류밴드인 남성 4인조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일자리를 찾아 팀리더인 성우의 고향인 수안보에 몸을 맡긴다. 성우는 고교시절 밴드를 하며 꿈을 나눴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지만 이미 그들은 음악을 접고 생활에 찌들어 있었다. 첫사랑이었던 인희와도 서먹한 모습으로 재회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원들과도 음악적인 견해차이로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데….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서막은 임순례감독(41)의 두번째 장편작인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화려하게 장식한다. 27일 오후 8시부터 전북대삼성문화관에서 1백5분동안 상영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의 삶과 사랑이야기. 충북 충주시 수안보온천에 실제로 있는 와이키키호텔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이 색다르다.

 

특히 지난해 개막작인 ‘오!수정’을 연출한 홍상수감독과 임순례감독의 영화에 대한 시각을 비교하면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을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감상포인트.

 

‘와이키키브라더스’와 ‘오!수정’은 작가주의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 두 작품 모두 내용보다는 볼거리와 스타성에만 치중하고 있는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서 오랜만에 사람냄새가 물씬난다. 또 일상성의 미학을 중시하고 카메라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시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엇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볼거리나 스타성에만 열을 올리는’기존 영화판 대신에 ‘삶에 눈을 돌린 영화’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다만 홍감독의 영화들은 현대인의 일상을 지독할 정도로 섬세하고 냉정하게 그려내면서 ‘삶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이와는 달리 임감독은 단순하게 별볼일 없는 인생들을 나열하면서 따뜻한 시선을 접목시켜 ‘그래도 삶은 희망이 있다’는 점을 역설, 홍감독과는 궤적을 달리 하고 있다.

 

임순례감독은 인천출신으로 한양대 영문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수료했고, 파리 제8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94년 단편 ‘우중산책’으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던 임감독은 스크린쿼터 지키기 운동과정에서는 두차례의 삭발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감독의 장편데뷔작인 ‘세친구’가 불우한 고교졸업생들의 좌절과 고통을 그렸다면, ‘와이키키브라더스’는 세친구가 성장한 뒤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임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들이 많이 선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와이키키브라더스’가 선정돼 기쁘기 그지 없다”면서 “80년대 초반만해도 국내최고의 온천지구였지만 지금은 퇴조한 수안보라는 공간과 3류밴드의 고단함을 대비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의 ‘섬’을 통해 한국영화의 대안적 시스템을 모색했던 명필름이 지난해 최고 흥행영화인 ‘공동경비구역JSA’의 뒤를 이어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배급을 맡았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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