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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인문학 경시풍조 기초학문 고사위기



최근 대학내 기초학문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발생한 ‘서울대 교직원 수첩사건’이 기초학문분야 교수들의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대학본부가 새로 나눠준 기구표에 옛 문리대소속인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를 앞세우던 관행을 깨고 가나다순으로 나열했고 급기야 이들 3개학장들은 한달째 학장회의에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 수 있는 사건이지만 실용학문과 첨단공학의 초석인 기초학문이 뒷전인 요즘에 당사자인 기초학문 연구자들로서는 감정이 고조될 만하다.

 

도내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초학문학과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입시성적이 다른 단과대보다 높은 편이지만 취업율과 관련, 제도적인 사회진출의 제약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초학문에 대한 차등화된 국가정책과 연구지원으로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우리 사회가 ‘국가경쟁력’지상주의를 표방함에 따라 대학에서도 소위 인기학과를 제외하고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기초순수학문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최근 학문간 불균형과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 또 대학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거듭나기위해 학부정원을 동결내지 줄이면서 대학원 정원을 증원했고 기초학문 학부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미취업률이 증가하면서 석·박사 인력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대학내 법정교원률이 제자리수준이고 이들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시간강사제가 소득과 처우가 기대이하인 실정이며 고용창출의 공급자 역할을 하는 기업이 이같은 인력고용을 기피하고 있다.기초학문전공 학부생을 물론 석·박사들의 취업학문이 수요자중심의 시장논리에 빠지면서 대학이 양극화·기형화되고 있어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학문의 불균형현상에 불똥이 떨어진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교수들이 구체적인 대안과 정책건의를 위해 ‘인문학진흥 심포지엄’과 ‘국립대 자연과학대학장 협의회’를 개최하고 나섰다.

 

인문학에 대한 경시풍조는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문학이 부재한 국내 실정에서 대학들이 국가와 기업이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응용학문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이는 국가주도하에 경제적 토대에서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Consensus)에서 이뤄진 것이다. 1960∼1970년대에는 국가개발논리에 밀렸고 최근 정보화, 세계화바람에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첨단 분야 등에 필요한 고급인력들을 많이 키워내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 또 기업들이 공학분야 연구에 적극적인 지원 역시 바람직한 현상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의 손실이 미치지 못하는 기초학문분야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보잘 것 없다. 인문학 부문만 보더라도 올해 정부의 학술연구비지원은 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억원이 늘어났다고 하나 전체 지원액(1천3백억원)의 3%에 불과한 수준이다.

 

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학부제 선발이 본격추진된 이래 교육부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토록 의무화하면서 기초순수학문을 고사시키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백화점식 학과 운영의 폐해를 막고 공급자 위주 교육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화시키고자 학부제 운영을 적극 권장해 왔다. 이는 학생이 다양한 전공분야를 접할 있고 학문의 벽을 허무는 통합연구를 통해 여러 기능을 갖춘 인재를 키운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두뇌한국(BK)21의 지원조건으로 모집단위의 광역화를 추진했고 각 대학들이 이같은 방침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게 된 것이다. 특히 일부 지방대의 학과가 폐지되는 양상이 도래했고 호서대는 1989년 신설된 철학과가 지난 98년부터 학부제를 도입하면서 어문학부로 묶였다가 98년과 99년에 각 2명이 철학전공을 희망했고 지난해는 단 한명도 없어 그동안 강제배정으로 전공을 유지해왔지만 대학측은 내년부터 철학과를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용학문에 떨어지는 인문학에 대한 선호도를 회복하고 인문학위기를 타개하려면 학부제활성화에 앞서 전문대학원 도입이 시급하며 예를 들면 미국식 학부제와 같이 법조인이 되기위해서는 학생이 영문학, 윤리, 철학을 전공한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인문학 교양과목이 전적으로 시간강사에 의존하고 있고 시간강사들은 수입이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중도포기하는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며 방학 중 연구비를 지급하고 보험·연금혜택등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

 

또 학부제도 모든 전공에 획일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일부 보호 대상인문학에 대해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점도 하나의 방안이다. 일부 대학은 학부제 보완책으로 전공별로 학생을 미리선발하는 전공예약제를 방침으로 세워두고 있다. 특히 지난 99년부터 일부 대학은 2∼3개 전공학문을 묶어 새로운 전공으로 발전시키는 연합전공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학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문학 연구 수요자체는 감소하지 않고 있지만 근본적인 교수충원과 강사처우개선 등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안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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