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20:31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전북칼럼
일반기사

[전북칼럼] 금융의 수요자 주도 시대

흔히 말하는 「Buyer's Market」이란 소비자가 주도권을 갖는 시장을 의미한다. 오늘날과 같이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생산자 또는 판매자가 주도하는 소위 「Seller's Market(공급자 주도시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은행대출 수혜'는 옛말

과거 한국경제는 비교적 고성장 가도를 달려오면서 항상 물자부족 현상으로 인해 생산자 또는 판매자가 주도권을 갖는 시장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런 수요초과 현상을 반영하여 우리경제는「Seller's Market」 의 전형처럼 인식되어 왔고, 대부분의 계약관계에 있어서도 소비자 우대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불평등 계약이 관행화 되어 왔다. 

금융부문 특히 은행대출 관계에 있어서는 적어도 2~3년 전만 하더라도 만성적인 자금부족으로 인해 대표적인 「공급자 주도시장」으로서의 특성을 지녔다. 당시만 하더라도 예금만 있으면 운용할 곳은 무한한 것으로 생각되어 온 시절이었다. 이런 현상으로 은행문턱이 높다는 하소연뿐만 아니라 오죽하면 은행에서 대출 받는 것 자체를 "수혜"라고까지 했을까. 사회적으로도 이런 고자세의 용어가 별 부담감 없이 용인되어 왔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이후 금융·자본시장이 개방되고 국가간 문턱이 없어지면서 이제는 자금의 만성적 공급초과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이것은 적어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어떤 세계적 이변이 없는 한 항구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나라의 은행업도 이제는 대출수요자(Buyer)가 주도권을 갖는 소위 「Buyer's Market」이 정착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도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업무의 중심을 자금의 조달(예금)에서 자금의 운용 (여신)으로 옮겨야 될 때가 온 것이다. 

우리 전북은행만 해도 최근 모든 경영목표를 수익과 자금의 운용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 동안 예금을 끌어오느라고 노력한 정성을 앞으로는 돈을 굴리는데 쏟아야할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신용도가 높은 고객들에게는 귀찮을 정도로 돈을 꾸어가라는 대출섭외가 한창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영업패턴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정착되어 왔다. 

이제는 은행직원들이 좋은 여신거래처를 찾아내고 거래하려고 무척 애를 쓰고 있다. 특히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은 외부감사대상 기업이 139개에 불과한 지역적 취약성으로 인해 선진금융기법의 적용은 꿈도 꿀 수 없는 영세중소기업을 찾아 금융의 사각지대를 충당하는 어려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지역사회에서는 은행은 돈이 넘쳐나고 있어도 돈이 없어 목말라 하는 기업에는 돈을 꾸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은행이 비록 공격적인 대출 세일을 하더라도 주주의 이익과 종업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서 부실이 발생되는 것은 막아야 할 의무가 있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땅한 대출 거래처를 찾지 못해 혈안이 되어 있는 은행과 그럼에도 돈을 얻어 쓰지 못하는 기업이 존재하는 괴리현상은 장차 우리 정부·금융기관·기업·신용정보기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 나가야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 홍성주 (전북은행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